첨단 기술의 집결체, 입자가속기 개발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부흥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지난 11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 동안 유럽의 주요 가속기 개발 및 응용연구기관과 기업을 탐방하고 ‘첨단 가속기 개발과 활용’이라는 공동 과제 아래 과학기술인은 물론이고 국가 간 기술 협조체제를 빠르게 다져가고 있는 현재 유럽의 모습을 확인했다. 핵·입자물리 연구의 메카로 불리는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가속기를 이용한 세계 최고의 암치료 전문연구소 독일의 GSI 등을 통해 우리나라 가속기 개발이 가져올 과학·기술적 성과와 그 시너지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에 있고, 또 어디로 가는가?’
스위스 제네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전시 홍보관이자 대표적 상징물인 ‘더 글로브(지구)’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첫 문구다. 태초의 우주와 인간의 시작을 묻는 이 질문은 가속기를 이용한 CERN의 핵심 연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역할은 이곳을 방문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우주과학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무려 29억달러를 투입해 2008년 구축한 길이 27㎞의 거대 강입자충돌가속기(LHC:The Large Hadron Collider)는 우주 신비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CERN의 핵심 연구장비다.
가속기로 가속한 입자를 인위적으로 진공관 속에서 충돌시키면 거대한 폭발과 함께 순간적으로 수많은 현상(반응)과 새로운 입자가 만들어진다. ALICE(충돌실험), ATLAS(우주의 표준모형설계) 등 현재 SERN이 수행하는 빅뱅과 같은 우주의 시초를 밝히는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실험은 바로 LHC가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10일 CERN은 이 LHC를 이용해 ‘미니빅뱅’으로 불리는 납 이온 충돌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가속기 개발과 이를 이용한 첨단 연구가 전 세계 과학기술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유럽 기초과학 발전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LHC를 이용한 CERN의 각종 우주 프로젝트에는 우리나라 100여명의 핵·입자 물리 분야 교수 및 연구원, 학생을 포함해 전 세계 1만명에 육박하는 석학 및 연구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핵입자 물리분야 연구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잭 스텐인베거(Jack Steinberger) 등 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들과 옆방에서 나란히 함께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은 수많은 기초과학자가 CERN으로 오고싶어하는 중요 요소다. 이곳에서 연구 중인 유재훈 텍사스주립대 교수는 “미국 과학자들도 입자물리학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CERN에 와야 한다”고 설명했고, 방문연구원으로 있는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 또한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연구원들이 모여 있어 개방적 연구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더글로브를 포함한 CERN의 연구단지는 과학자를 꿈꾸는 전세계 초중고 대학생과 각국 과학기술 정책 및 기관 관계자들의 필수 견학코스다.
더글로브 안내 담당자는 “서유럽은 물론이고 동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전역에서 매년 수만명의 학생들이 견학을 온다”며 “이곳 CERN은 우주에 대한 깊은 연구와 함께 미래 과학자들에게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스위스(제네바)=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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