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자가 유심(USIM)칩 하나를 더 발급받아 기기의 데이터 용량을 공유할 수 있는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서비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월 사용료 3000원만 내고 데이터유심카드(7700원)를 사면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고 남은 데이터를 분양받아 소진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동통신사들은 고민스럽다. OPMD 서비스가 시작된 지난 상반기에는 스마트폰 요금제에 데이터 용량 제한이 있었다. 이후 무선인터넷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SK텔레콤은 올인원55 이상 요금제에 가입한 사용자는 무제한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서둘러 발표했다. 경쟁사인 KT가 요금제에 따라 OPMD도 2GB, 4GB 등의 데이터 용량을 제한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네트워크 과부하다. 스마트패드는 스마트폰에 비해 데이터 사용량이 최다 수십배까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네트워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OPMD 용량 제한’을 요지로 방통위에 약관변경을 요청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방통위는 요금제 변경을 요구하기 전에 트래픽 폭증에 대비한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서비스 약관변경은 국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허가제인 반면에 KT는 신고제다. KT는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용량을 제한하는 OPMD 서비스 약관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어 약관변경을 신청한 SK텔레콤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 7월에도 있었다. KT는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를 사용할 수 없도록 일부 제한했다. 이에 SK텔레콤도 유사서비스의 약관 변경을 신청했고 방통위는 이를 승인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예를 들어 ‘왜 그때는 됐는데 지금은 안 되느냐’고 되묻고 있다.
OPMD나 mVoIP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며 음성통화 수익을 위협하는 요소다. 미국 이동통신사업자인 AT&T는 mVoIP 허용 이후 일부에서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 AT&T와 달리 버라이즌은 자사 고객에게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mVoIP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음성통화를 위협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우려해서다. 지난 4월 AT&T 역시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던 무제한 요금제를 철회하고 데이터 사용량 제한을 뒀다.
통신서비스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예상이지만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은 음성통화에 문제가 될 수 있다. 데이터 폭증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요금제 변경이 어렵다는 방통위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AT&T가 왜 mVoIP에서 무제한 요금제를 철회한 것인지 관심 있게 봐야 한다. SK텔레콤도 방통위 결정을 돕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OPMD가 진행될 경우 망이 얼마나 부하가 걸릴 것인지 납득할 만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소비자도 현재 상황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모바일은 이동성과 서비스의 질, 편리성 등이 전제되어야만 활용가치가 높아진다. 요금경쟁을 넘어 통신산업 대변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사업자 간 선의의 경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