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해 43조1000억원의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는 배경은 ‘선행 투자를 통한 초격차 확대’와 ‘미래 성장동력 확충’으로 요약된다.
반도체와 LCD 등 기존 주력 사업의 세계 시장 지배력을 더욱 높이는 한편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 이후 공격적인 투자 기조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 2009년의 21조10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반도체나 LCD 경쟁사들이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투자를 통해 격차를 확실히 벌리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올해 시설투자 절반 이상은 반도체와 LCD에 집중됐다. 29조9000억원의 총시설투자액 중 반도체가 10조3000억원, LCD가 5조4000억원으로 두 사업에 투입되는 것만 15조7000억원에 이른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조원을 넘는 시설투자를 단행, 핵심 ‘현금창출원’인 반도체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히 해 경쟁업체들이 넘볼 수 없는 수준까지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측은 30나노 공정 업그레이드와 하반기 양산 예정인 20나노 공정 투자, 16라인 건설 및 미국 오스틴공장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LCD도 대만·일본 등 경쟁국에 앞서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원가 절감 활동을 펼쳐 얻은 시장 주도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LCD 시설투자는 작년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났으며, 중국 쑤저우 팹 건설과 기존 7, 8세대 양산 라인 보완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주목되는 것은 AM OLED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확대다. 삼성은 1조4000억원이던 지난해 OLED 시설투자를 5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이 같은 투자는 올 상반기 양산 예정인 5.5세대 라인의 캐파 증설(2조6000억원)과 4세대 라인 보완 투자(1조원), 탕정 신공장 인프라 조성(1조8000억원)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특히 대폭적인 AM OLED 시설 투자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AM OLED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만·중국 등의 추격을 확실하게 따돌리겠다는 초격차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설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도 크게 늘렸다. 지난해 10조6000억원에 달했던 R&D 투자를 올해 12조1000억원으로 상향시켰다. 이는 지난해 대비 14%가 증가한 것으로 시설투자에 이은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여 미래 먹을거리 발굴을 위한 준비도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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