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3분의 1을 상위 10대 IT기업들이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아이콘 제품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애플이 노키아보다 더 많이 반도체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대 IT기업들은 총 1043억달러(약 117조768억원) 상당의 반도체 구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무려 33.7%나 상승한 규모로, 3000억달러를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비중이다.
반도체 구매액 기준 상위 10대 업체들 가운데 HP가 지난 2009년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HP는 전년 대비 32% 늘어난 170억5800만달러의 반도체를 사들여 전 세계 수요의 5.7%를 차지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153억2200만달러의 반도체 구매액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매출 호조에 힘입은 애플의 상승세가 가장 돋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124억3100만달러의 반도체 구매액으로 노키아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지난 2009년에 비해 무려 65.4%나 늘어난 규모다. 특히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이 부진했던 타격이 심각해 상위 10대 기업들 가운데 가장 낮은 4.7%의 반도체 구매액 증가율에 그치며 한 계단 밀려난 4위를 기록했다. 델·소니·도시바·LG전자·파나소닉·레노버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10대 IT기업들 중 미국과 일본이 각각 3개씩을 차지했고, 한국은 2개 업체, 중국과 유럽 국적이 각각 1개씩을 순위에 올린 것이다. 특히 레노버가 반도체 구매액 순위에서 역대 처음 10위권에 진입한 점이 주목된다.
가트너는 지난해 IT시장에서 모바일 PC와 스마트폰, LCD TV 등이 크게 성장하면서 반도체 시장 수요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는 커넥티드(스마트) TV가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상위 10대 IT기업들의 외주 생산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주요 OEM·ODM 업체들이 반도체 시장 수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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