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이집트에 등장한 `다이얼업(Dial-Up)` 서비스

 ‘다이얼 업(Dial-Up)’ 서비스를 아십니까?

 너무 오랫만에 들어보는 용어라 금방 생각나지 않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흠뻑 빠졌던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용어다. 하지만 요즘 10~20대 젊은이들 가운데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이 태반일 것이다. 지금은 워낙 초고속 인터넷이니 ‘와이파이(Wi-Fi)’니 하는 통신망들이 거미줄처럼 잘 구축되어 있다 보니 ‘다이얼 업’이라는 서비스를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또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다이얼 업’ 서비스란 전화선을 이용해 데이터통신을 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선 ‘큰사람’이라는 업체가 개발한 PC통신용 접속 프로그램인 ‘이야기’가 가장 큰 인기를 누렸다. 프로그램을 구동한 후 ‘ATDT’라는 명령어 뒤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천리안이나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접속할 수 있었다. ‘철컥’하고 무언가에 달라붙는 듯한 묘한 연결음과 함께 PC통신에 접속하면 그야말로 광활한 신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지금의 인터넷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이얼 업’ 서비스는 우리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또 다른 창이었다.

 뜬금없이 ‘다이얼 업’ 서비스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사망선고를 받은 이 서비스가 이집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기 때문이다. 최근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거세지면서 이집트 정부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이집트 내부의 소식을 전하던 통신망이 순식간에 단절되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다이얼 업’ 서비스다. 문제는 ‘다이얼 업’용 전화회선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없었다는 것이었는데, 외국의 한 사업자가 나서 이집트 국민들을 위한 ‘다이얼 업’ 회선을 열어주었다. 비록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전화회선을 통해 글로벌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는 통로가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확보된 셈이었다.

 아마추어 무선(HAM)도 이번 사태의 와중에서 이집트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데 한몫 했다. HAM은 1세기 이상 전에 개발된, 오래된 통신기술이다. 요즘처럼 휴대폰, 스마트폰 기술이 활용되기 전에는 아무추어 무선사들이 무선통신기술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이런 실험 정신이 이집트 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이집트 사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국가비상사태에 직면해 그나마 작동된 통신망이 ‘다이얼 업’이니 아마추어 무선이니 하는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집트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존의 첨단 통신망을 단절시킨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첨단 통신망이 한순간에 무력화되고, 대신에 전통적인 통신 수단이 부상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말 연평도 포격 사건에서 우리는 이 점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북한군의 포격으로 연평도의 민간 통신망은 순식간에 망가졌다. 사업자들이 휴대폰 기지국을 복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통신서비스는 아주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나 재난사태에도 이들 통신 서비스가 여전히 작동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오래전에 파기했던 ‘다이얼 업 모뎀’을 찾아봐야 소용이 없다.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있는 통신 서비스가 과연 견고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G밸리 팀장 장길수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