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과학기술계 최대 관심사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의 초대 위원장이 누가되느냐에 쏠려 있다. 처음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위원장의 위치가 장관급으로 조금 내려앉았다.
정부는 오늘 4월 무조건 출범시킨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 들어 해체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될 상설 위원회로 명함을 바꿔 등장하는 셈이다. 국과위 등장은 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의 궤도 수정을 의미한다. 과학기술부를 해체한 잘못을 인정하는 셈이다. 과기인들은 IT특보에 이어 국과위의 탄생을 반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방통위와 지경부, 행안부로 흩어져 있는 현재의 IT 정책을 한 곳으로 모아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과위 수장을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유력하게 거론돼온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위원장직을 끝내 고사하고 있어 정부는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김도연 회장을 물망에 올려놓았다. 과기계는 김 회장의 연구업적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 분위기다. 하지만 정치권과 일부 과기계 반발도 예상된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간부 모교 특별교부금 지원 문제로 조기퇴진이라는 오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과기계는 그의 소신 없는 업무스타일이 낙마를 자초했다고도 평가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김 회장은 불운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파워에 밀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과학기술계의 신뢰는 받았지만 희망을 주지 못했다. 특히 교육에 중심을 둔 MB정부에 억눌려 과학기술정책을 제대로 펴지도 못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식물장관’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서울대 공대 학장시절 그가 보여줬던 특유의 추진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공대학장 시절 껍질을 깨고 대학 내부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개방론과 인재양성론은 지금도 학계에 회자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과기계의 오랜 과제는 소통부재입니다. 특히 MB정부 들어서서 부처 간, 학계와 산업계 간 소통이 상당부분 사라진 만큼 하루빨리 국과위의 출범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최근 열린 포럼에서 만난 과학기술계의 한 연구원장이 던진 말이다. 맞는 말이다. 핵심인 R&D예산 배분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국과위의 출범은 중요하다. IT 컨트롤타워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국과위 출범은 시급한 당면과제다. 제 때 출범하지 않으면 식물위원회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국과위 운영일정이 빠듯해 새로운 인물을 찾을 시간도 그리 많치 않아 보인다. 이미 각 부처는 내년 예산 16조6000억원을 배정받기 위해 지난달 31일까지 국과위에 중기계획을 제출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과위원장의 자질검증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정치권에 휘둘리는 갈대장관은 곤란하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배짱과 10년 후를 내다보는 안목을 겸비했다면 금상첨화다.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재검토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어떠한 의도나 정략적인 계산은 배제해야 한다. 국가의 장래를 좌우할 과학기술 정책의 큰 틀을 만드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치적 계산과 흥정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 과학기술은 지식사회의 근본일 수밖에 없다. 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는 국과위가 하루빨리 제 모습과 역할을 갖추기를 기대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