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PC시대의 종언

 IT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뉴스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하나는 스마트폰 판매대수가 PC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IDC는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9000만대로, PC 9210만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스마트폰이 PC를 처음으로 앞선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스마트폰은 3억2000만대가 팔리면서 3억4600만대를 팔아치운 PC를 턱밑까지 쫓아간 상황이었다.

 다른 하나는 같은 시기 노트북·태블릿 등 모바일PC 부문에서 애플이 ‘HP 아성’을 넘어섰다는 뉴스였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4분기 아이패드 출하량 1020만대를 기록하면서 노트북PC 930만대를 파는 데 그친 HP를 앞질렀다. HP는 세계 PC시장 1위를 달리는 ‘PC의 대명사’로 불리는 업체다.

 두 뉴스는 함축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시장이 보내는 새로운 시그널이다. 단순한 시장 데이터 혹은 흥미로운 뉴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IT시장에 쓰나미급 태풍을 예고한 것이다. 바로 패러다임 변화다. IT시장을 주도했던 PC(퍼스널 컴퓨터)가 물러나고 새 주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신호다. PC는 80년대부터 무려 30년 동안 IT의 주인공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켰다.

 IT는 따져보면 컴퓨터 진화의 역사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IT산업이 꽃을 피웠다. IT의 태동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컴퓨터가 등장한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6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개발한 ‘에니악(ENIAC)’이 시장을 열었다. 에니악은 세계에서 단 한대뿐인 컴퓨터였지만 그 수명은 길지 않았다. ‘1호 컴퓨터’라는 상징적인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이 자리를 이어 받은 게 대형 서버로 불리는 메인 프레임이다. 그러나 메인 프레임 시절도 오래가지 못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수십만 대의 소형컴퓨터에 굴복했다. 소형컴퓨터도 198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한 수억대의 PC에 눌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 PC는 IT르네상스 시대를 열면서 IT를 산업 속으로 대중화한 일등 공신이었다. 가장 오랫동안 시장 흐름을 주도했다.

 그렇게 30년을 풍미했던 PC도 서서히 IT역사 한편으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수십 억대에 달하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세대 교체의 전조는 이미 2~3년 전부터 시작됐다. 올해는 확실히 판세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결국 IT는 에니악으로 출발해 수 만대의 메인 프레임, 수십 만대 소형 컴퓨터 이어 수억대 PC, 다시 수 십 억대 스마트폰까지 공교롭게 단말 규모에 비례해 진화해 왔다.

 IT패러다임에 따라 주인공도 바뀌었다. 에니악에 이어 IBM, 컴팩, 델과 HP,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바통을 이어 받았다. PC를 이을 스마트폰 시대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이 변하면 항상 새로운 영웅이 출현한다. 여러 시나리오는 많지만 스마트폰 무대의 진짜 주인공이 누가될 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둘러싼 경쟁은 탐색전 수준이었다. 흥미진진한 본 게임, 진검 승부는 이제 막이 올랐다. PC가 스마트폰에 ‘IT제왕’ 자리를 내주는 원년인 2011년, 올해는 분명 IT시장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