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엘피다, 오늘 역사적 대만 증시 상장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금일 대만 증시에 상장한다. 일본 기업이 대만에 상장하는 것은 대만 증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한국에 대항하기 위해 양국이 기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엘피다는 2억주 규모의 대만주식예탁증서(TDR)를 발행해 42억6000만대만달러(17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25일 정식 거래가 시작된다.

 증시 조달 자금은 설비 투자는 물론이고 작년 4분기 2700억원의 적자를 낸 엘피다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실효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엘피다의 대만 증시 상장은 일본과 대만 반도체 업계의 본격적인 통합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여 주목된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은 세계 D램 시장 1위 삼성전자와 2위 하이닉스에 맞서기 위해 그동안에도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지분을 교차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피다는 조달한 자금을 대만 반도체 기업 출자 혹은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그 자체보다 엘피다가 대만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엘피다는 대만 기업들과의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궁극적으로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이달 초 가진 실적 설명회에서 “대만 증시 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며, 일본과 대만의 D램 업체 간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엘피다가 대만 반도체 업계와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이 6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후발주자들이 맞설 기술력이나 투자 여력은 크게 부족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