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폴리틱스 2.0, 정치를 소생시키다

[월요논단] 폴리틱스 2.0, 정치를 소생시키다

 1월 25일 이집트에서 ‘페이스북’이란 아이가 태어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으로부터 시작된 이집트의 민주화를 기념해 20대 젊은 아빠는 딸의 이름을 ‘페이스북’이라 지은 것이다.

 이집트가 긴 독재의 시간을 보내고 민주화를 이뤄냈을 때, 세계는 ‘페이스북’이 만들어낸 혁명에 놀랐다. 사람이 만든 ‘web’이 사회를 바꾸고 있었다. 1980년 광주에도 페이스북이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이제는 소통의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특정 소수만이 화자가 되어 보여주고 영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다수의 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웹 2.0이다.

 웹 2.0은 웹 1.0과 다르게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웹 1.0에서는 클릭을 통해 링크된 문서로 이동하는 일방향 소통이지만 웹 2.0에서는 블로그, 동영상을 네티즌 스스로 제작하면서 양방향 소통이 이뤄진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경계가 사라지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되는 것이다. 이미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세계 10대 인터넷 웹사이트 대부분이 웹 2.0의 특징을 보인다.

 소통의 혁명이 시작된 지금, 우리 정치 역시 밝은 옷을 벗고, 웹 2.0 시대의 변화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지난 3000년간 진화해온 정치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난 3000년간 정치가(지배층)가 혼자 넓고 높은 무대를 독차지하고 독백형식의 공연을 했었다. 모놀로그식 정치다. 그러나 웹 2.0의 시대에 정치에서는 관객과 배우,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관객이 만들어가는 체험극식 정치다.

 나는 새로운 소통의 정치를 ‘폴리틱스 2.0’이라고 부른다. 웹 2.0이 정보를 생산하는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폴리틱스 2.0은 정치인이 정책의 생산자가 아니라 정책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국민을 위한 무대, 플랫폼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정치를 말한다.

 정치인들이 ‘나를 따르라’식 정치가 아니라 운동장,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국민의 소리를 한줌 한줌 주워 담는 역할을 하고, 그것이 모여 정책이 된다는 것이다. 트위터, 유튜브, 아프리카, 아고라, 디시인사이드, 포털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국민 스스로가 만들도록 장을 만드는 것이 바로 ‘폴리틱스 2.0’이다.

 나는 얼마 전 폴리틱스 2.0의 실험으로 ‘1인 방송국’을 만들었다. MBC와 KBS는 거대한 스튜디오, 값비싼 편집기기와 송출기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영환 방송국’은 스튜디오와 편집기 대신 가상스튜디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작은 카메라가 전부다. 송출기기 대신 유튜브나 홈페이지, 이메일을 통해 인터넷에 올리는 형식이다.

 국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의정활동 내용들을 이야기하기 쉽게 동영상뉴스를 만들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미술석학 존 라이크만 교수와의 대담, 인터넷 1인 방송의 1인자 유창선 시사평론가와의 대담을 인터넷방송을 통해 중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민들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단 지역구인 안산에서 시도 중이다. 지역주민들과 영상회의를 통해 토론하기도 했고, 지역의 어르신들의 귀중한 인생 경험을 영상으로 담아 영상자서전을 만들었다.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콘텐츠가 하나하나 모인다면, 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씨앗을 움틔우는 단단한 대지(大地)가 되리라 믿는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digital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