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5)혁명의 진원지 ‘스마트폰’
지난주 국내 1위 이통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애플의 ‘아이폰4’ 출시를 공식화했다. 이는 국내 이동통신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시장의 또 다른 ‘빅뱅’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국내 최대 고객 기반을 갖춘 통신사가 막강한 스마트폰 라인업을 추가한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다. 앞으로 이통사 경쟁 구도는 물론이고 삼성, LG,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의 사업 방향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처럼 휴대폰 하나가 우리나라 산업 지형을 송두리째 쥐고 흔든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난 곳이 바로 우리나라다. 지난해 1월 103만명 수준이던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1년 만에 710만명으로 7배 가까이 폭증했다. 1000만대 돌파는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 다섯 명에 한 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빅뱅’은 올해 더욱 본격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파장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스마트폰으로 시작된 스마트빅뱅의 파장과 의미 그리고 향후 전망을 키워드별로 살펴봤다.
◇‘연결의 시대’ 본격화= 갤럭시S를 사용하는 직장인 A씨(38)는 최근 신선한 경험을 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으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안부 문자를 받은 것. 올해로 환갑을 맞은 A씨의 어머니는 최근 아이폰으로 휴대폰을 교체한 후 가장 먼저 카카오톡을 설치했다. A씨는 그야말로 스마트빅뱅 시대를 살고 있음을 실감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는 ‘연결의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 간에 더욱 편리한 서비스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제2, 제3의 사용자까지 무한 연결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다른 기기로 확산하고 있다. 휴대폰과 TV, 컴퓨터 등 그동안 별개의 영역에 속해 있던 콘텐츠와 데이터가 공유되고 유비쿼터스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더욱 다양한 기기에서 이 같은 연결의 확장이 이뤄질 전망이다. 아이패드, 갤럭시탭을 비롯한 스마트패드, 스마트TV, e북, 게임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기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연결을 시도할 것이다. 홍덕표 LG경제연구원 전자전략실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선보이는 것은 단편적인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의 생활방식이 변화하고 이는 곧 수많은 사업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스마트폰으로 처리되는 콘텐츠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 사용자들은 서서히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기기 간의 연결이 보다 용이해지면서 특정 콘텐츠와 데이터를 하나의 기기에 종속시킬 필요성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시스템 운용 효율성 향상을 위해 검토했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인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예고했듯이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접속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이통 사업자들도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KT의 ‘u클라우드’는 스마트폰과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는 백업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문서, 음악, 사진, 동영상 등 콘텐츠의 종류별로 파일을 자동 분류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통 업체들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스마트 시대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스마트폰 양강으로 자리를 굳힌 애플과 구글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한 단순 콘텐츠 공유를 넘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한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작업에 착수했다. 구글도 클라우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오피스 파일을 온라인에서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와 인터넷에서 사진을 편집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망라됐다. 이 같은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안정성과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 등을 선결하는 것이 과제라는 지적이다.
◇경쟁의 경계가 없어진다=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에서 보듯 스마트빅뱅 시대의 비즈니스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특히 IT 및 가전 제품과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기와 서비스의 영역이 모호해지면서 향후 산업의 경쟁 지형도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사업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경쟁 상대를 만나고 있다. HP, 델 같은 전통적인 PC 시장의 강자들이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시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노키아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통적인 휴대폰 강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TV 시장에서도 스마트TV가 선보이면서 애플과 구글이 전문 제조업체들과 연합해 삼성, LG, 소니 등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스마트 기기의 등장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트렌드가 위기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제한된 기능과 서비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만들질 수 있다는 기회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스마트빅뱅의 트렌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자유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홍덕표 실장은 “스마트 시대의 본격 개화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위협이 되는 것과 동시에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며 “보다 확대된 불특정 소비자 집단에 적절히 대응하고 업종 간 경계를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스> 스마트폰, 성능 경쟁 점화
이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문 전시회 ‘MWC 2011’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각국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들은 다양한 차세대 스마트폰과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며 치열한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MWC 전시회를 통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듀얼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자명하게 보여줬다. 스마트폰 시장에 성능 경쟁이 또 다른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특히 ‘갤럭시S’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삼성전자와 명가 재건을 노리는 LG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이 가장 주목을 받아 한국 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됐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S Ⅱ’는 아이폰의 진정한 대항마로 전시회 기간 내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자사의 1㎓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은 물론이고 4.3인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화질과 성능을 더욱 끌어올려 웬만한 노트북에 버금가는 손안의 멀티미디어 기기로 손색이 없는 성능을 뽐냈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무선사업부장)은 “갤럭시S Ⅱ는 삼성의 최첨단 기술력으로 탄생된 명품 스마트폰”이라며 “갤럭시S의 명성을 이어가면서 차세대 스마트폰의 표준을 제시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콘텐츠와 서비스, 통신 기술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스마트 라이프 시대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LG전자도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3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옵티머스 3D’로 차별화에 나섰다. 이 제품은 TI 사의 1㎓ OMAP 4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해 PC와 맞먹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특히 옵티머스 3D는 프로세서는 물론이고 메모리와 프로그램 수행장치까지 듀얼모드를 구현했다. 스마트폰 속도와 성능을 좌우하는 모든 요소에 최고의 기술력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다. 여기에 3D 콘텐츠를 촬영, 재생과 공유까지 가능한 차별화된 기능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소니에릭슨, HTC, 모토로라, RIM 등도 1㎓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우리나라 업체들과의 성능 경쟁에서는 기선을 제압당했다는 분석이다.
<박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전망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급 제품의 성장과 함께 저가형 제품까지 서서히 시장에 진입하면서 최초로 3억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또 보급형 제품 확대를 통한 대중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2015년에는 6억대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3억44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2억6310만대)에 비해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품군별 비중을 살펴보면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1억4000만대로 40% 이상을 점유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난해 과반 수준을 차지했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점유율은 보급형 제품의 등장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곧 스마트폰이 얼리 어답터와 선진 시장 위주에서 탈피, 더욱 대중화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중고가 및 저가형 제품이 다양하게 선보일 전망”이라며 “구글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운용체계 및 애플리케이션의 다양화를 통해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안석현 기자,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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