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삼일절과 반크

 시작은 소박했다. 지난 1999년 서울의 한 야간대학생이 교양 수업 중 하나인 인터넷 활용 과목을 수강하며 만든 전 세계 펜팔 사이트였다. 어떤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이 아니라 혹시나 이 사이트가 비명문 야간대학생의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정도였다.

 그는 우연히 호주로 유학간 한 여학생의 메일을 받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 여학생은 외국 교과서·홈페이지 등에 독도와 동해 표기가 다케시마와 일본해로 되어 있다고 전해왔다. 시험문제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 이름을 일본해라고 쓰지 않고 동해라고 썼더니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내용도 밝혔다. 여학생이 이에 항의했더니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가 맞겠냐, 교과서가 맞겠냐?” 그 여학생은 그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그 교과서를 바꿔달라고.”

 이후 그는 전 세계 학자들과 1000여개 교과서 회사에 메일을 보내 시정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지금 이 사이트는 사이버 민관 외교관으로 독도 표기 시정뿐 아니라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항의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사이트가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고 만든 이가 박기태 단장이다.

 얼마 전 교토통신은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일본의 주민들이 이들 지역으로 본적지를 옮긴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현재 러시아와는 쿠릴열도, 중국과는 센카쿠열도,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독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분쟁지역에 본적지를 둔 일본인은 쿠릴열도 175명, 센카쿠열도 20명, 독도 69명이다. 여기에 끊임없이 영토 확장을 꾀하는 일본의 속내를 반영하듯 태평양의 작은 암초 오키노도리시마에는 무려 262명이 본적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토통신의 이번 보도는 삼일절을 한 주 앞두고 발표됐다는 점에서 의도가 불순하다. 일본은 잊혀질 만하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반크가 이룩한 성과는 실로 눈부시다. 호주 인쇄박물관과 영국 중앙도서관의 세계 최고 금속활자 오류를 직지심체요절로 바로잡았고 우리 한식의 세계화 전도사로 역할도 톡톡히 했다.

 올해도 역시 반크가 나섰다. 반크는 오늘(28일) 독도 지킴이 가수 김장훈과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 싸이월드와 함께 독도의 동도와 서도 사이에 크루즈선을 정박시키고 300여명이 선상 콘서트를 열어 독도 수호에 대한 의지를 다질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번 독도행이 뱃길 20시간이 걸리는 힘든 여정이어서 반크 회원 등 그동안 독도 수호의지를 불태운 이들을 중심으로 선발했다고 말한다.

 한 개인의 관심사로 시작된 사이트는 이제는 1만6000여명의 사이버 민관 외교사절이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전 세계 대한민국의 잘못 알려진 사실을 시정할 뿐 아니라 선진 대한민국을 알리는 국가 홍보도우미로 성장한 것이다.

 울릉도를 거쳐 가야 하는 독도는 날씨가 변덕스러워 1년에 고작 90일 정도만 입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오늘 열리는 독도 수호 선상 콘서트가 무사히 치뤄져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홍승모 정보통신담당 부국장 sm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