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늦은 오후까지만 해도 폭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점쳤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원자로 3호기에서도 14일 오전 폭발이 일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12일 1호기 폭발에 이은 두 번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1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냉각장치도 가동이 중단, 수소 폭발 가능성이 우려된다.
3호기 폭발에 따른 방사능 유출 여부는 일단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잇단 원자로 폭발 사고로 피폭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14일 AP통신·아사히 등 외신에 따르면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오전 11시 1분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폭발했으며, 3호기의 폭발 원인도 1호기가 같은 수소 폭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즉, 핵 연료봉 피복제인 지르코늄과 냉각수가 반응하면서 발생한 수소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다노 장관은 폭발사고에 따른 피폭 우려에 대해 “3호기의 격납용기는 폭발 후에도 내부 압력을 견뎌내고 있으며, 주변에서 관측된 방사능 수치도 비교적 낮아 방사능의 대량 누출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계당국은 지난 13일부터 3호기의 폭발을 막기 위해 노심에 바닷물을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벌인 바 있다. 이로써 한동안 원자로 내 압력이 낮아졌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노심에 바닷물을 부을 경우 원자로 재가동이 불가능해져 사실상 원자로 폐기와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에다노 장관은 3호기 폭발 이후에도 노심 온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TEPCO)은 3호기의 방사능 수치가 10.65마이크로시버트로 파악됐다며 기준치인 500마이크로시버트보다 훨씬 낮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3호기가 1호기보다 규모가 큰 만큼, 폭발로 인해 외부에 노출되는 방사성 가스의 양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원자로 3호기 용량은 784㎿로 1호기 460㎿ 대비 2배 가까이 높다.
이번 폭발로 당시 원전에 있던 직원 11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 직원들의 방사능 피폭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 원전 일대의 방사선 수치가 올라갔을 가능성에 대비해 직원들을 실내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날 원전 반경 20㎞이내 거주 주민에게 대피를 당부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14일 오후 1시 25분께 제1원전 원자로 2호기의 냉각 기능이 고장 나면서 냉각수 수위가 하락 추세에 있다고 보고했다. 정확한 고장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3차 폭발사고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사무소 담당자는 “원자로 1, 3호기처럼 수소 폭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대처할 것”이라며 “벤트 및 바닷물 주입 등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등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원전에서 방사능이 누출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도쿄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할 것을 관계 기관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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