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대재앙] 주요 산업시설 줄폐쇄...`제2 체르노빌`로 악화 우려

 도쿄전력·도시바·동일본철도·신에쓰케미컬이 일본 대지진으로 가장 큰 손상을 입은 기업으로 분석됐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가 녹아내리지 않게 사력을 다하는 도쿄전력은 심각한 수준의 설비 재건비용에 맞닥뜨릴 것으로 예상됐다. 도시바의 원자력 관련사업 피해와 복구비용도 정밀한 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도시바는 지난주 이와테현 반도체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원자로 사업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또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사사키 노리오 도시바 사장에게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방사능 누출을 막는 작업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당분간 원자로 안전부터 책임져야 할 처지다.

 묘조에셋매니지먼트재팬 최고경영자(CEO)인 기구치 마고토는 “일본전력과 원자력 관계 기업의 상황이 악화일로”라며 “제2의 ‘체르노빌’로 상황이 악화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니가타 지진 때 피해액이 약 602억엔(7억3100만달러)에 달했던 동일본철도 창사 이래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내 최대 철도회사인 동일본철도는 지진이 일어난 11일로부터 도후쿠와 도쿄 지역 고속열차 운행을 중단한 상태다.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신에쓰케미컬의 이바라키현 가시마공장과 후쿠시마현 시라가와공장도 멈췄다. 신에쓰케미컬은 방사능 누출 등에 따른 안전성 검사·측정이 끝난 뒤에나 재건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신에쓰케미컬은 스모코퍼레이션과 함께 세계 실리콘 웨이퍼의 60%를 점유하는 회사여서 시장에 미칠 파장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3일 블루레이디스크, 전지(배터리) 등을 생산하는 공장 8곳을 가동하지 못했던 소니의 생산 차질 규모도 14일 10개 공장으로 늘었다. 연구소 2곳도 당분간 운영하지 못할 처지다. 소니가 세계 노트북PC용 전지의 10%를 점유하기 때문에 관련시장 질서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였다.

 캐논·일본제철·스즈키모터·일본페이퍼그룹·미쓰비시모터스 등도 지진 피해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루에 원유 22만배럴을 정제하던 코스모오일과 화재로 센다이 정유공장의 연료 탱크를 잃은 JX일본오일&에너지도 주요 정제소의 문을 닫았다.

 도요타·닛산·혼다 일본 3대 자동차 회사의 신차 수천대도 손상을 입었다. 도요타는 16일까지 12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 감소분은 4만여대로 추산됐다. 혼다도 사야마를 비롯한 4개 공장의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본 제1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의 북부지역 음성 통신량(트래픽)의 80%가 제한된 상태고, 소프트뱅크의 이동전화서비스도 언제쯤 정상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밖에 도쿄디즈니리조트가 21일에나 재개장 시점을 정할 수 있는 등 최소 3개월 동안 문을 닫을 전망이다. 도쿄디즈니 놀이동산이 3개월간 영업을 중단하면, 월트디즈니는 로열티 매출로만 약 5000만달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