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방사능 누출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일본 정부가 15일 주민 대피령을 확대, 발령하고 나섰다. 특히, 나흘새 후쿠시마 원전의 4개 원자로에서 크고 작은 폭발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5, 6호기 냉각기에도 이상이 감지되는 등 최악의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1원전 방사능 수치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제1원전에서 20~30㎞ 주민들도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대기하라”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오전 10시 22분 방사선 농도의 모니터링 결과, 2호기와 3호기의 주변에서 30밀리시버트, 3호기 주변에서 400밀리시버트, 4호기 부근에서 100밀리시버트가 각각 검출됐다”며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 이내에 대해서만 피난 명령을 내렸다.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지만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란 이유였다.
그러나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 대피령을 확대함으로써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누출량이 위기 상황임을 시사했다.
위기 경보가 높아진 데는 원전 1, 3호기 폭발에 이어 15일 추가 발생한 원자로 2호기와 4호기 폭발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전 6시께 원자로 2호기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원자로 격납용기가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격납용기는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비다.
외벽이 파손됐던 1, 3호기 사고와 달리 2호기는 격납용기에 이상이 생겨 기존 폭발 사고보다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2호기는 용량이 784㎿로 1호기에 비해 두 배나 커 방사능 유출량이 더 많을 수 있다.
또 오전 9시 38분께 정기 점검 중이던 4호기에서도 갑자기 수소폭발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특히, 교토통신은 5, 6호기의 냉각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원자로 내부 온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지보수 중이던 5, 6호기도 4호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잇단 원자로 사고로 방사능 공포는 일본 전역을 뒤덮는 양상이다. 문부과학성은 이날 각 지방정부가 실시한 방사선량 측정에서 도쿄도, 도치기현, 사이타마현,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 1개 도, 4개 현에서 핵실험 때를 제외하고는 조사 개시 이래 가장 높은 방사선량이 검출됐다고 발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도 원전 인근지역의 우리 국민들에 대해 신속히 안전지대로 대피하라고 공지했다. 외교통상부는 이 같은 내용의 공지를 주일 대사관과 주 센다이 총영사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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