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일본 대재앙] 원전파괴 이후 IT업종 시각 180도 전환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 손실로 반도체·LCD업종의 미래가 안갯속에 놓이게 됐다. 당초 가동률 부진을 털고 2분기 이후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던 LCD업종에 일본의 원전 피해란 변수가 발생하면서 앞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반도체 역시 당초 일본의 공급 차질로 인한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향상에 관심이 쏠렸지만 최근에는 공급사슬 붕괴로 인한 생산차질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당초 반도체·LCD업종의 수혜를 점쳤던 증권사도 하나 둘 부정적이거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IT주 평가가 원전시설 파괴 이전과 이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지진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란 입장을 내놨던 메리츠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그간 상황이 너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선태 연구원은 “당초 일본 지진이 원전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몰랐다”며 “최악의 경우 전력 손실과 방사능 피해로 인한 일본 부품소재업체의 가동중단 사태가 발생하면 국내업체에도 고스란히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LCD업황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던 키움증권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TV패널 공급 증대로 인한 가동률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진 발생으로 인한 원전 피해 전의 문제”라며 “일본 지진이 전력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계산에 넣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상황이 더 복잡해진 것.

 LCD 패널 생산은 물론이고 TV 생산이 가능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500원에 불과한 부가가치가 낮은 부품이나, LCD용 필름일지라도 일본에서 전량 독점 공급하는 상황에서 공장가동이 안 되면 결국 세트산업의 가동이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으로선 일본기업의 공장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이 국내 IT업종은 물론이고 다른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