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수급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월가에서 나왔다. 현재 재고량과 한국·대만 등 대체 공급선을 감안해서다.
23일(현지 시각) EE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JP모건 크리스토퍼 댄리 애널리스트는 “지진의 여파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조만간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양상이 가시화할 것”이라며 “몇몇 업체들은 지진 피해로 올해 매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TI의 일본 동북부 공장은 이번 대지진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오는 7월 중순까지는 정상 가동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온세미컨덕터의 두 개 공장도 가동을 멈춘 상태다. 다만 TI나 온세미컨덕터의 경우 지진 피해를 수습하면 올해 연간 단위의 이익 규모에는 크게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일본 지진 피해 발생 직후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수급 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일본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데다 인쇄회로기판(PCB)용 핵심 소재인 에폭시 레진 시장 선두인 미쓰비시가스의 생산 피해가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노무라증권은 전 세계 마이크로컨트롤러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르네사스전자의 생산 라인이 가동을 중단한 것에도 여진을 경고했다.
그러나 댄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1999년 대만에서 발생한 진도 7.6의 지진 사태를 선례로 들어 이번 역시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현재 일본보다 더 컸다는 진단이다. 댄리 애널리스트는 “대만이 PC 제조의 중심기지였고 파운드리를 포함한 주요 부품 산업의 덩치도 컸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9년 지진은 전체 공급망에 일시적인 타격을 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만 지진 발생 직후 필라델피아 반도체산업지수는 거의 13%까지 폭락했지만, 곧 이어 두 달간 40% 가까이 급등세를 이어갔다. 대만 지진 여파가 실제로는 크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 자동차 부품 업계가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자동차 전장 부품 시장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시장조사 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전장 시장에서 3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연간 11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73억달러의 매출액으로 3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르네사스전자·TI·프리스케일·후지쯔 등 주요 전장 부품 업체들이 이번 지진에 줄줄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낳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