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원전안전 불감증 전철 밟지 말자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작은 마을에 위치한 스리마일섬(TMI)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이달 28일로 32주년을 맞았다. 지난 1979년 발생한 미국의 TMI 원전 사고는 부품 결함과 관리자의 순간 판단 실수로 노심의 절반 가량이 용해(Melt Down)되는 상황까지 치달았지만 원자로 격납 용기에 냉각수가 다시 정상 공급되면서 다행히 미량의 방사선이 유출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당시 TMI 원전 사고가 미친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원전 폭발을 우려한 인근 주민 10만 여명이 한꺼번에 대피하는 공황 상태가 벌어졌다. 또 시민단체 반대로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는 등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완전히 바뀌는 결과를 가져왔다. 정치인들도 국민의 표를 의식해 원전 건설에 반대 입장을 취하는 등 정치권에도 TMI 원전사고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 사상 최대의 대지진과 쓰나미 여파로 인한 후쿠시마 제 1원전 폭발 사고는 그 위력에 차이가 있지만 32년 전 미국 TMI 원전 사고를 연상케 한다. 방사능 물질 확산을 우려한 외국인들은 잇따라 국제 공항을 통해 위험 지역을 황급히 탈출했다. 일본인들은 식수와 채소·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을 우려하는 등 패닉 상태다. 선진국에서 원전 반대 시위가 잇따른 가운데 원전 정책에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독일 기민당이 원자력발전소 4곳이 소재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열린 선거에서 처음으로 녹색당에 패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TMI 원전 사고·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에 이어 전 세계에 원자력 안전성 문제를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안겨줬다. 원자력은 비용 대비 전력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데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례처럼 인재(관리 부실)와 자연 재해가 복합적으로 겹칠 때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

 우리나라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노심이 녹아 방사능이 외부에 대량 유출되는 사고는 없었지만 원전이 가동된 1978년 이후 원자로 내부 결함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643건에 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이들 사고 중에는 방사능 유출이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가슴 철렁한 사고도 발생, 일본 원전 사고는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때마침 MB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분야를 전담하는 별도 원자력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오는 7월에 출범시킨다고 한다. 위원장은 장관급으로 선임하고 소속은 국무총리 혹은 대통령 직속으로 둘 예정이어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 안전 관리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가 주관하던 원자력 안전규제와 진흥 업무를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분리해 원전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그간의 전 세계 대형 원전 사고에서 반복적으로 읽혀지는 점은 대부분 정부와 전력 운영 사업자의 안전 불감증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본 원전 사고처럼 원전 사고가 한번 터지면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 발생 가능한 원전 위기 시나리오 대응책을 철저하게 만들어야 한다.

 안수민 국제담당 부장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