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부품소재가 특별한 이유

 지난 2001년 국내 부품·소재산업 육성을 목표로 10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진 부품소재특별조치법이 일몰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별도의 부품·소재 진흥을 위한 근거가 효과가 있었다고 보고, 법 효력의 연장을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

 여러 산업이 있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업종이 없는데 왜 유독 부품·소재에 대해서만 별도의 진흥법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부품과 소재는 독자적인 산업군이면서 다른 모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근간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이 미흡한 분야인 만큼 별도의 부품·소재산업 진흥을 통해 국가산업 전반의 고도화를 시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판단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부품산업은 9억달러 적자에서 656억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소재부문은 37억달러 흑자에서 123억달러의 무역수지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미흡한 편이다. 부품에 비해 소재산업의 원천·핵심 기술력은 아직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일 무역적자 39%는 여전히 소재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가 휴대폰 수출을 늘리고, 우량 가전제품을 많이 만들수록 일본에 대한 적자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재는 연구개발(R&D) 기간이 길다.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도전하기에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이런 위험이 높고 장기간이 소요되는 소재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법에 근거한 정부차원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육성정책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대부분 세트 조립업체다. 상대적으로 핵심 기술을 갖춘 부품·소재기업들은 아직도 영세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부품·소재 전문기업 가운데 중견기업 비중은 4.0%에 불과해 독일 8.2%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부품·소재기업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위한 투자유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서도 별도의 특별법은 존치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이 우리나라 산업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줄지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파장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국내 업계에는 동반 재앙이 될 수 있다. 별도의 지원을 통해 부품·소재 산업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정부도 부품·소재특별법 연장에 나서면서 단순히 기간만 연장시킬 것이 아니다. 최근 산업동향과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세부안과 정책도 조정해 볼 필요가 있겠다. 예산만 늘릴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살려 보다 전략성을 강화해보자는 제안이다.

 동반성장 키워드에 발맞춰 대부분 중소기업이면서 대기업 협력사인 부품·소재기업들과 대기업과의 공동 발전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부품·소재’가 아닌 더많은 원천기술력이 필요한 ‘소재’만의 별도 진흥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

 국내에서 개발 가능하면서 꼭 확보가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조사와 전략적 R&D도 시도할 만 한다.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현장 노하우를 쌓은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이들의 경험을 부품 소재 전반에 확대 적용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김승규 전자담당 차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