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진정한 보스, 아마르 보스

 2일 주요 외신은 세계적 고급 음향기기 전문 업체인 보스(Bose) 창업자 아마르 보스 회장의 기부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보스 회장은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모교인 매사추세츠공대(MIT)에 기부했다. 정확한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300위 내에 들어가는 보스 회장의 재산을 감안하면 수천억원으로 추산된다.

 보스 회장은 기부에 흥미로운 조건을 달았다.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못하며, 의결권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MIT는 대주주일뿐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대신 MIT는 매년 상당한 금액의 현금 배당을 받는다.

 보스 회장은 왜 이런 조항을 고집했을까. 이유는 그의 독특한 경영 철학 때문이다. 보스는 매우 이례적인 지배구조를 고집한다. 8000명이 넘는 임직원에 2조원을 웃도는 매출의 기업이지만 종업원지주제를 중심으로 철저한 비공개 원칙을 50년 가까이 유지했다. 보스 회장은 창업 초기부터 종종 “대차대조표가 CEO를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밝혀왔다.

 상장회사의 CEO라면 누구나 주주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지만, 보스 회장은 달랐다. 보스의 신제품은 개발에서 제품이 나오기까지 10년 이상 걸린다. 일례로 보스 회장이 1978년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얻게 된 ‘소음을 없애 주는 헤드폰’에 대한 영감은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20여년이 걸렸다. 히트 상품인 ‘301 시리즈’와 ‘웨이브 라디오’의 출시에도 14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철학은 보스를 ‘기술 개발에 목숨을 거는’ 회사로 이끌었다.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억달러를 아끼지 않고 세금을 낸 후의 이익은 거의 전부가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보스 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 연봉은 외부 평가기관이 책정한다. 이처럼 과감한 의사 결정이 오늘날의 보스를 만들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상장회사는 90일(분기 실적발표 주기)마다 시장을 즐겁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며 “기업의 업무와는 동떨어진 일을 하는 주주들의 결정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보스 경영 방식이 모든 회사에 필요한 덕목은 아니지만 기술 중심의 전문 기업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은 상장을 목표로 삼는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상장은 필요하지만 이는 과정일뿐 지상과제가 될 수 없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뭐니뭐니해도 기술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서 잘 팔리는 상품이 나오길 바란다면 허황된 욕심이다. 보스 회장은 그 진리를 몸소 보여줬다. 보스를 만든 아마르 보스 회장, 그는 진정한 보스(Boss)다.

 장동준 국제부 차장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