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원칙과 대의

 차기 대선 후보 부동의 1순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4.2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기대주로 급부상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대통령 특사로 유럽 각 국을 돌며 차기 대통령의 이미지를 굳히는 중이다. 동행 취재에 나선 20여개 매체의 기자들이 ‘레인보우 의상’까지 소개하는 것을 보면 박 전 대표는 이미 대통령 못지않은 예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손 대표에 쏠린 관심도 만만치 않다. 그가 노동절에 민노총 행사에 가는지, 한국노총에 가는지, 축사가 어떻게 다른지까지 분석하는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박 전 대표는 ‘원칙 공주’라는 별명에서처럼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비타협적이고 독선적으로 보이는 그의 원칙과 소신이 어떤 식으로든 정치권 내에서, 국민과 함께 융합돼야 한다는 바람이 녹아져 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이번 순방 중에도 여전히 원칙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갈등과 문제점을 상식적으로 조정하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이 원칙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손 대표에 대해서는 ‘정치적 소신’ 또는 ‘원칙’에 의문을 갖는 시각들이 많다. 당적을 바꾼 것이 근원적 이유기도 하지만 한·EU FTA 국회 비준 과정에서 나타난 그의 일련의 행동 역시 이 같은 의문을 비판으로 잇기 충분했다. 손 대표는 이에 대해 야권연대라는 ‘대의’를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에 대해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치와 합의를 이뤄야하는 게 ‘원칙’”이라고도 했다.

 새삼 두 사람이 원칙과 대의를 제대로 알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정치적 관점에서 두 가지 용어를 무분별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들에게 원칙과 대의는 권력을 잡기 위해서나 그때그때 편의에 맞춰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개념에서만 적용해야 할 어휘가 아닐까 싶다.

 정지연·경제정책부 차장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