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산업의 기술 경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융합 반도체 시대로 발전해도 확실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면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박성욱 하이닉스 연구개발제조총괄 부사장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기술 발전이 끝났다는 항간의 평가를 단호하게 부정했다.
실제로 하이닉스는 반도체사업 진출 이후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메모리가격 강세와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확대된 데 따른 결과다. 물론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이제는 마이크론이나 엘피다를 제치고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2가 됐다는 외부 평가처럼 최고 수준을 유지한 것도 배경이다.
박 부사장은 “IT기기 개수는 연평균 24% 증가하고 IT기기를 통한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은 연 평균 50% 이상 늘어나는데다가 모바일 기기는 1.5~2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메모리도 어떤 형태로든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사장은 메모리와 시스템IC가 융합된 제품들이 개발되는 등 메모리 기술의 본격적인 성장기는 이제 시작되고 있으며 고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등 메모리 업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모리 시장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 것으로 확실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회사만이 계속 성장할 수 있으며 현재 국내 업체들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 잠시 주춤한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메모리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 경쟁력으로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더라도 원가가 좋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다”며 “그 다음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때 공급할 수 있는 ‘타임 투 마켓’ 능력”이라고 정리했다. 이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술과 투자를 모두 확보해야 하며 무엇보다 고급 인력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 초창기 시절 앞서가던 일본 기업들이 지금은 국내 업체에 뒤처진 결정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며 “국내 반도체 업계는 당시 공대에서 내로라하는 인력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산업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공대 기피 현상 탓으로 인력이 예전과 달리 부족한 상황인데 일본은 이 현상이 국내보다 훨씬 앞질러 진행돼, 우수 인력이 다른 분야로 많이 옮겨갔다”고 말했다. 또 하이닉스가 위기에 내몰렸던 지난 1999년에서 2000년 당시도 핵심 인력들이 지키면서 빠르게 기술 안정화와 발전이 이뤄졌다며 ‘인력’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업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인력 확보에 앞장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모바일과 서버 등 수요처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메모리 시장에서 우리 기업 간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모바일 D램을 하나 개발하면 100여 가지 패키지로 갈릴 정도로 수요가 다변화되는 추세”라며 “이제 단일 기업이 모든 것을 공급하는 일은 어려워졌고 이에 대비해 기업 간 협업이 필수며 하이닉스도 꾸준히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