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도체는 트렌드를 좋아해

심영보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 세미콘사업부 대리
심영보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 세미콘사업부 대리

시대를 건너오며 우리는 항상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경향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처음엔 신선하게 등장하다가 소멸되기도 하고, 어떤 목숨 긴 것들은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그 중에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웰빙, 친환경, 퓨전. 이제 유행을 넘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들이다. 이런 경향은 여러 분야에 깊이 흡수되어 있다. 때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수만 명을 먹여 살리기도 한다. 또 재미있는 것은 첨단기술을 앞서가는 반도체시장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된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 환경보전과 웰빙 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과 소비활동을 연결시키는데 중점을 둔 로하스(LOHAS) 개념이 등장했다. 이로 인해 지구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재생 가능한 원료를 이용한 제품을 찾는 로하스 소비자층이 생겨났다. 이런 개념이 가전시장 등에 반영되면서 반도체 칩에도 로하스 컴플라이언스(LOHAS Compliance)로 제작된 것이 아니면 제품을 납품할 수 없게 됐다. 너도나도 친환경 로하스 반도체를 생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융합 또는 결합을 의미하는 퓨전(Fusion) 개념은 이젠 반도체시장에서도 퓨전이라고 명명된 칩 브랜드만 수 백 종류가 있을 정도다. 하나의 칩에 여러 기능을 혼합함으로 제품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휴대용 모바일 기기 시장이 커지는데 이 개념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예를 들면 예전에는 MP3, PMP, 모바일 폰 제품이 있었고 시장 또한 각각 분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통합기능을 제공하는 칩의 등장으로 이 모든 기능이 하나의 기기, 즉 스마트폰의 형태로 통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느 반도체 전문가는 “칩 하나에 여러 기능이 포함되는 바람에 요즘엔 팔 수 있는 칩 종류가 줄어들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시장은 소비자의 성향을 따라갈 수밖엔 없고 이 성향을 지배하는 것은 트렌드이기에 우리도 발맞춰 변화해가야 한다.

 점점 더 많은 경향들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는 요즘 또 어떤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게 될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 반도체 업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삶이 흥미로운 것 아닐까?

 심영보 아이앤씨마이크로시스템 세미콘사업부 대리 ybsim@in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