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를 비호했거나 직접 비위를 저지른 금융감독원 출신 여러 관료가 서민을 시름에 빠뜨렸다. 고양이(금감원)에게 생선(금융기관 감사·감독 업무)을 맡긴 꼴이라 납세자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융권뿐인가. 정부 규제가 미치는 산업과 시장은 어디라 할 것 없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을지 모를 우려를 샀다.
우리는 특히 그제 불거진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의 법무법인(로펌) 관련 의혹이 걱정스럽다. 그가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김앤장의 국책 토목사업 관련 금융조달 자문 업무를 도왔다는 것이다. 의혹에서 자유롭더라도 그가 지난해 8월 국토부에서 퇴직한 뒤 로펌에 들어가 매월 2500만원씩 받았을 정도로 ‘무엇인가 큰일을 한 것’에 주목한다. 그가 국토부로 되돌아가려는 점은 더욱 염려된다. 권 후보자가 26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앤장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밝힐 예정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퇴직과 로펌과 장관 내정으로 이어진 과정에 얽힌 의혹을 말끔히 떨어내야 할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의 고위 관료가 퇴직한 뒤 로펌에서 일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금감원 등 시장규제기관 출신이라면 더욱 환영을 받았다. 김영주 옛 산업자원부 장관이 퇴직한 뒤 세종에 갔고, 오영호·이재훈·임채민 지식경제부 차관은 각각 태평양·김앤장·광장에 머물렀다. 이석채·유영환 옛 정보통신부 장관도 태평양에 둥지를 튼 적이 있고, 김동수 차관은 광장에서 일한다.
관료의 노하우로 산업과 시장 발전을 돕는 구조에 딴죽을 걸 일은 아니다. 정책의 스펙트럼을 다양화한다는 점에선 환영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업 간 이해다툼 대리자인 로펌의 회전문을 돌려 바로 그 규제당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