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에릭 슈미트 구글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등을 800명이 넘는 인터넷 비즈니스 관계자를 모아 개최한 ‘e-G8’이 야심찬 계획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e-G8은 지난 24일과 25일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으며 글로벌 차원에서 인터넷 규제와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참조 5월 24일자 3면>
하지만 이 포럼을 주도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범국가적 인터넷 규제안 마련 주장에 주요 인터넷 기업 대표 및 참가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별다른 성과 없이 끝이 났다. 특히 영국, 미국 정부가 인터넷 규제에 반대하는 의사를 드러내면서 G8 포럼 의제로 상정되더라도 유의미한 결론을 끌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포럼 첫날 기조 연설에서 “정부는 인터넷을 감시하고 디지털 세계의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제적인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에릭 슈미츠 구글 대표는 정부의 간섭은 인터넷 발전을 더디게 할 것이라며 사르코지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에릭 슈미츠는 “인터넷 상의 많은 문제를 풀기 위해 규제로 해법을 찾기 전에 기술적 해결방안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격렬했다. 미국의 미디어 평론가인 제프 자비스는 질의응답 시간에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인터넷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겠다는 맹세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신이나 프랑스 정부가 인터넷을 소유하지 않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e-G8과 G8에서 통치권을 주장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인터넷 관련 시민단체인 르 콰드라처는 “가짜 협의의 위선 아래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좀 더 명백해졌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각국 정부들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데이비드 카메론 영국 수상은 공식적으로 글로벌 차원의 규제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카메론 수상 측은 “누군가 국제적인 인터넷 규제안을 만들기 전에 수많은 장애물과 매커니즘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역시 이같은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입장에 위배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