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애플 선수금 1조원 넘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09년 이후 LCD 패널 공급과 관련해 애플로부터 받은 ‘선수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LCD 패널 주요 공급이 이어지며 양사 협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애플로부터 3년에서 5년까지 장기간 패널 공급을 조건으로 1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받은 LCD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IPS(In Plane Switching) 패널에 대한 애플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2월 애플로부터 2억5000만달러(2768억원)의 선수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로부터 받은 선수금은 지난 2009년 이후 총 10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2000억여원에 달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9년 1월, 애플과 5년간 LCD 패널 장기계약을 조건으로 5억달러를 선수금으로 처음 받았다. 2010년 4월과 12월에 추가로 각각 8000만달러와 2억5000만달러를 선수금으로 수령했다. 올해 들어 2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받음으로써 애플이 LG디스플레이에 지급한 선수금은 10억달러를 넘어섰다. 각각의 선수금은 계약기간별로 3년 또는 5년간의 LCD 패널 공급과 관련한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09년 이후 올해까지 애플에 공급하는 LCD 패널 매출 총액은 선수금의 열 배에 달하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공개 시 광시야각과 밝기, 시인성 등 IPS 패널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선수금 지급을 통해 LG디스플레이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선수금은 일정 기간 안정적인 부품 공급과 가격 변동 폭을 제한하기 위한 일종의 계약금으로 애플의 글로벌 부품 소싱 체계의 근간을 이룬다. 경쟁사인 델이나 HP 등은 선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정적인 부품공급이 필요한데 협력업체가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선수금을 지불, 투자를 지원하기도 한다.

 애플은 지난 2005년 ‘아이팟나노’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진입할 때 안정적인 플래시 메모리 공급을 위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플래시메모리 기업에 12억5000만달러의 선수금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9년에는 도시바에 500억엔 상당의 선급금을 지불하고 플래시 메모리 공장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선수금은 일정 기간 거치 후 애플에 공급되는 부품 판매 대금과 상계되는 방식”이라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처를 확보하고, 시황에 따른 급격한 부품 가격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한 애플의 핵심 소싱 정책”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