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김정관 차관과 자원외교

 ‘해외 출장 2개월(62일), 22개국 방문, 미스터 아프리카.’

 지난달 퇴임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의 공직생활 9개월 간 활동상황이다. 특히 박 전 차관은 별명이 ‘미스터 아프리카’다.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 1년간 아프리카를 안방처럼 드나들어 붙여진 애칭이다. 53개 아프리카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줄줄이 꿰찼다.

 “내가 도화지를 준비했으니 이제 그 위에 후임자가 그림을 그리면 될 겁니다.” 박 전 차관은 퇴임식전 기자실에 들러 아프리카 자원외교 성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원유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원유와 가스 자급률이 4%에 불과한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등 자원외교야말로 국운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세계 석학들은 3차 대전은 에너지로부터 온다고 입을 모은다.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원민족주의가 등장하고 심지어 에너지패권주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에너지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부임한 김정관 차관은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은 그날 오후 곧바로 모로코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9년 공직생활에 차관이라는 설렘보다 에너지·자원외교 책임자라는 무게감이 그를 떠밀었을 것이다.

 에너지자원 확보는 이제 국가 생존의 필수항목이 됐다. 일본은 5년마다 아프리카개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52개국이 해마다 참석한다. 아프리카를 요코하마로 옮겨놓은 것과 다름없다. 중국은 최근 3년새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아프리카 14개국을 순방했다. 중·아프리카 협력포럼도 만들고 중국인을 대거 이주시켜 차이나타운도 형성했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고 정책도 정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약 81%가 중동산이다. 수입처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인 외교전략도 필요하다. 아프리카는 광물과 석유·가스자원이 가장 풍부한 곳이다. 중국 정부가 뭉칫돈을 싸들고 ‘러브 인 아프리카’를 외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자원외교는 자원만을 겨냥한 일방주의로는 통하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민생여건이 좋지 않다. 식량증산, 기아탈출, 공업화 진입이라는 아시아 발전 모델을 밟게 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로·플랜트·발전소 건설과 IT교육 등을 엮은 ‘패키지형 자원외교’도 중요하다. 산·관·학 협력체제도 필수요소다.

 지경부 2차관은 에너지 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자리다. 석유·가스·원자력 등 에너지에서부터 해외 자원개발 사업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의 ‘생명줄’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래서 잘 짜여진 각본이 필요하고 그 위에 정교한 연출 기법도 있어야 한다. 신설조직인 지경부 산업자원협력실이 각본을 짠다면 에너지통인 김정관 차관은 좋은 작품이 되도록 연출해야 한다. 김 차관의 자원외교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김동석·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