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 · 中企 동반성장, `기술임치`로 꽃피운다]<상>대기업 활용 사례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직원들이 기술자료 임치 금고에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직원들이 기술자료 임치 금고에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올해로 시행 3년째를 맞았다. 도입 초기 당시 20여건에 불과했던 이용건수는 이달 현재 30배가 넘는 614건으로 크게 늘었다. 기술 보호를 생명처럼 여기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이들이 개발한 기술의 사장을 막기 위해 대기업들이 제도 이용에 적극 나선 결과다. 임치제는 국가 경제의 화두로 떠오른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실질적인 협력 사례로 부각됐다. 이에 전자신문은 중소기업청·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공동으로 기술자료임치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례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흔히 ‘먹이사슬’로 비유된다. 대기업이 기침을 하면 협력사인 중소기업에는 태풍이 분다. 단적인 표현이지만 대·중소기업 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구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22.1%가 납품 단계에서 대기업으로부터 보유 기술 제공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술유출 피해를 경험한 기업도 14.2%나 됐다. 이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들은 그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을 탈취하려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기업에도 서서히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협력사인 중소기업의 기술을 보호하고, 이들이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기술임치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각각 동반성장지수와 SW 및 전자·전기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 기술임치제를 반영키로 함에 따라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SK텔레콤과 한국전력공사(한전), 한전 자회사다.

 SK텔레콤은 올 1월 2700여개에 달하는 협력사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 파트너로 양성하고, 상호 신뢰 관계를 돈독히하기 위해 기술임치제를 도입했다. 그간 6개 협력업체에서 9건의 기술자료를 임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SK텔레콤은 제도 이용 기업 수를 연내 50개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협력 중소기업의 제도 이용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수료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한전 및 한전 자회사 6곳(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소기업 협력 연구개발과제에 기술임치제를 반영했고, 올해는 현장기술 개발 과제 등에 확대·적용하고 있다. 그간 협력 중소기업의 파산으로 인해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서둘러 기술임치제를 찾은 것이다.

 한전 자회사들은 앞으로 기존 기술임치제 이용 기업의 계약 갱신시 지원은 물론이고 신규 이용 기업에 대한 수수료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공동 연구개발에 참여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제도 이용을 의무화해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기술임치제 반영으로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R&D 중복 투자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기술임치제 도입에 적극적이다. 삼성은 최근 동반성장 일환으로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중소기업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동시에 기술자료임치제도를 병행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과 핵심기술인 영업 비밀을 함께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정영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대기업들이 기술보호를 통한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면서 “기술임치제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기술자료 임치 금고를 연내 1100개로 증설하고, 내년에는 3000개까지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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