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 약진하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해 뭉치는가 하면, 국제단체에도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완제품에서 한국과 대만 업체에 밀린 일본 업계가 차세대 제품에서 반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높은 소재와 장비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2일 니혼게이자이 등은 최근 일본 반도체 업계의 대내외 협력을 자세히 보도했다.
최근 11개 일본 반도체 관련 업체들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극자외선노광기술개발센터(EIDEC)를 설립했다. 극자외선노광(EUVL)은 파장이 매우 짧은 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차세대 노광 기술이다. 10나노미터 공정을 실현할 주역으로 기대를 모은다.
EIDEC는 도시바와 르네사스, 다이닛폰인쇄, 아사히글라스, JSR 등 일본 반도체 산업의 주요 업체를 모두 망라한다. 이바라키현 츠쿠바시 소재 연구소에서 회원사에서 뽑은 40여명의 핵심 엔지니어들이 EUVL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텔과 삼성전자뿐 아니라 세계 파운드리 선두 업체인 TSMC와도 기술을 교류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메모리 제조업체 르네사스테크놀러지는 최근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가입을 결정했다. 이어 포토마스크를 생산하는 아사히글라스와 호야, 감광재 업체 후지필름과 신에츠화학, 닛산화학 등도 JEDEC에 들어갈 의사를 밝혔다. JEDEC은 인텔과 삼성전자, 하이닉스, 도시바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요 업체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협의체로 차세대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과 표준화 방안을 논의하는 역할이다.
자체 기술만을 고집하던 일본 업체들이 자국 내 협력은 물론 해이고외 경쟁사와의 공조를 도모하는 이유는 반도체 소재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고육책이다. 세계 감광재와 포토마스크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업체들은 내수 부진으로 투자를 감축, EUVL 공정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지 못했다.
이를 타개해 소재 업체는 물론 반도체 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술 유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업체와의 협력에 나서는 셈이다. 해외 반도체 업체가 원하는 소재를 빨리 개발, 세계 표준을 선점하려는 시도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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