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어택 사태가 시계제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용자를 볼모로 한 양사의 자존심 대결로 사용자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주 김정준 게임하이 대표와 조영기 신임 CJ E&M 게임부문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해법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고 이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의 중재노력은 없는 상황이다. 게임협회 관계자는 “개별 회사의 마케팅 및 경영문제기 때문에 별도의 중재노력은 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당수 게임 및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두 회사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적극적 중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태의 장기화함에 따라 서든어택을 즐기는 유저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서든어택을 둘러싼 넥슨과 CJ 간 갈등을 ‘게임의 법칙 부재’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현재까지 퍼블리셔와 개발사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명확한 게임의 룰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 대학 게임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유저다. 피해자를 고려하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면서 “소송까지 갈 경우에는 공사에 착수했던 시행사와 시공사 간 갈등으로 입주 예정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 이를 해결하는 판결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 퍼블리싱사와 개발사 간 발생할 수 있는 DB 이관 문제의 자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퍼블리셔들이 계약기간이 종료될 경우 DB를 계속 보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참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석 법무법인 홍윤 변호사는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이용자 기록과 DB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사전에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이용자 DB를 어떻게 인계인수할지 명문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힘의 역학 구도에서 약자인 개발사의 입장을 계약서에 반영하기 위해 계약기간 종료 시 해당 DB를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공유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온라인게임은 다른 콘텐츠와 달리 서비스의 영속성이 중요하고 고객도 퍼블리셔와 사용 계약을 맺을 때 이를 기대한다”며 “사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계약할 때 사용자 DB 이전 관련 조항을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초 계약 당시 게임의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돌발 사유가 없는 한 퍼블리싱 관계를 지속하려는 경향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개발사가 퍼블리셔를 상대로 퍼블리싱 변경 조건을 넣기 힘들다는 현실적 제약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