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고정가가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계절적 요인도 있겠지만 PC 수요 부진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PC 수요 침체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가트너와 IDC는 올해 세계 PC판매 성장률을 각각 하향 조정했다. 가트너는 10.5%에서 9.3%로, IDC는 7.1%에서 4.2%로 낮췄다. 이미 성숙한 시장인 데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겹쳤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이러한 침체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HP와 삼성전자 등을 밀어내고 세계 반도체 구매 1위를 차지했다. 구입 칩의 61%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조에 썼다. HP는 82%를 데스크톱과 노트북 생산에 썼다. 2009년만 해도 반도체 구매 3위였던 애플이 스마트기기용 플래시메모리 구입 확대로 1위로 뛰어올랐다. 더욱이 애플은 최근 PC가 별 필요 없는 클라우드 시대를 선언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솔솔 나온 PC시대의 종언이 드디어 눈앞에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의 대응책은 PC 시대에 맞는 사업 구조를 모바일 시대에 맞게 하루빨리 바꿔놓는 것 외엔 따로 없다. 반도체 업체들은 플래시메모리와 모바일 칩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D램과 PC용 칩 시장엔 미세공정 혁신을 통한 원가 절감으로 대응해야 한다. 데스크톱과 노트PC업체들은 그나마 시장을 떠받치는 노트PC 사업의 연착륙과 아울러 제품 혁신과 스마트기기 사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산다. 디스플레이업체도 최근 스마트기기용과 3D 등 신기술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 이 모두 PC 시대가 지고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는 생존 전략이다. 생존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