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K-POP에 이은 유럽발 IT 한류를 기대한다.

 K-POP을 앞세운 한류(韓流)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을 강타했다. 세계 최고의 문화적 자존심을 자랑하는 프랑스에서 한국 대중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희열을 느낀다.

 K-POP만큼은 아니지만 유럽의 또 다른 한류 기대주가 있다. 한국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T-DMB)이다. 2013년까지 T-DMB 전국 방송을 구축키로 한 노르웨이에 이어 최근 네덜란드가 본방송을 허가했다. 노르웨이는 2015년까지 국토 99.8%까지 수신 권역을 확대할 계획이고, 네덜란드는 오는 11월 헤이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어 프랑스가 허가를 검토하고 있고 영국, 독일 등 유럽 여러 국가도 실험방송에 들어갔다.

 사실 T-DMB 유럽 진출은 수년 전에 실패한 적이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방송 단말기 부재였다. 방송을 시작하고 싶어도 이를 볼 수 있는 단말기가 없었다. 휴대폰 탑재가 필요했지만, 당시 피처폰(일반폰)에 T-DMB 모듈 탑재를 위해 40~50달러가 추가됐다. 평균 단말가격이 100달러 안팎이던 당시 상황에서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곳에 투자하기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이미 탑재된 RF와 베이스밴드칩을 활용하면 실제 T-DMB 수신에 5달러 이하만 투자하면 된다. 특히 T-DMB 수신기는 디지털오디오위성방송(DAB) 수신이 가능하다. T-DMB 방송이 시작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DAB 수신기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에는 1300여개 DAB 방송국이 있고, 청취 가능 인구만 5억명이다. DAB 청취 단말은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만으로 T-DMB 시청이 가능하다. DAB에서 T-DMB로 옮겨갈 수 있는 기술·시장 여건이 갖춰졌다.

 통신사업자도 적극적이다. 트래픽 폭주 걱정에 방송 서비스는 별도 망을 갖추길 원한다. 하지만 여건 변화에도 단말기 부재가 T-DMB 확산을 막고 있다.

 단말 제조사는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은 서비스에 모험을 걸기 싫어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제조사에 T-DMB 탑재를 요청했던 관련 업계 전문가는 ‘시장이 형성되면 출시’ 원칙만 들었다고 한다. 물론 단말제조사는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T-DMB 단말 출시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에서 애플 아이폰 열풍이 불 때 삼성 갤럭시S가 선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지상파 DMB다. 유럽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먹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단말기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산 기술인 T-DMB발 또 다른 한류는 현실이 된다. 상생, 동반성장이라는 또 다른 효과도 기대된다.단말제조 대기업 지원은 중소 T-DMB 업체들의 시장 개척도 용이해진다.

 정해진 시장 크기를 두고 다투는 국내 제로섬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려 파이를 키우는 큰 형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