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그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국방송공사(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머릿수로 밀어붙였다. 법안소위 위원 8명 가운데 강승규·김성동·조윤선·한선교 의원(이상 한나라당)에 김창수 의원(자유선진당)이 찬성 쪽에 가세했다. 한선교 법안 소위원장은 민주당 쪽 질의권을 제한하고, 의사봉을 두드리지도 않는 등 절차적 하자를 끌어안은 채 표결을 강행해 날치기 논란을 자초했다.
미디어 관련법 충돌은 숙명적인가. 여야가 또 익숙한 장면을 연출했다. 한나라당이 표결 강행으로 수신료 인상의 뜻을 분명히 한 데다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활동을 전면 거부할 정도로 파장이 크다. 27일 영수회담에도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한나라당이 여론을 등지는 이유다. 49개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언론사유화저지및미디어공공성확대를위한사회행동의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80.2%가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당이 시민 열에 여덟이 반대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
시민단체는 KBS를 ‘정권 나팔수’라고 의심한다. 이를 위해 방송프로그램 제작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했고, 비판 프로그램을 부당하게 폐지했으며, 직원에 대한 보복 인사가 횡행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동아·중앙·조선일보와 매일경제신문의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PP) 쪽으로 광고 물꼬를 트기 위해 KBS 수신료 인상안을 활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신료 인상안을 놓고 이렇게 말이 많은 것을 안다면 한나라당은 최소한 법안 처리에 절차를 잘 밟아야 했다. 한나라당이 설득과 합의없이 시대착오적인 밀어붙이기로 더 큰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