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새 窓을 열어라]<2> 투명 디스플레이 시대 `성큼`

[디스플레이, 새 窓을 열어라]<2> 투명 디스플레이 시대 `성큼`

 #지난해 전 세계적인 3D 열풍을 몰고 온 영화 ‘아바타(Avatar)’에서는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짐작하게 하는 많은 기술이 화면을 장식했다. 비록 컴퓨터 그래픽으로 창조된 것이지만, 영화의 주 배경인 판도라 행성을 재현한 3차원 홀로그램(Hologram)과 ‘투명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구인의 기지와 비행선 등에는 거의 대부분의 디스플레이가 투명으로 구현됐다. 건너편 배경을 볼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표현하는 투명 디스플레이는 기존 평판디스플레이(FPD) 시장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야외 광고판, 자동차, 건축 등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또 LCD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진영의 개발 경쟁을 통해 투명 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가장 먼저 우리 실생활 속으로 파고들 전망이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자체가 일정 정도의 투과도(빛을 통과시키는 정도)를 갖추고 있어 사용자가 화면 배경을 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진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특히 투명하다는 기본 특성으로 인해 건물과 자동차 창문은 물론이고 상가 쇼윈도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또 향후 투과도 개선 및 대형화에 따라 그 응용처는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과 관련해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 LCD사업부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투명 LCD 양산에 나섰다. 특히 22인치 컬러와 흑백 두 가지 방식으로 500 대 1의 명암비와 WSXGA+(1680×1050)의 고해상도를 구현했다. 투과율의 경우 흑백은 20%, 컬러 제품은 15% 이상을 달성해 매장 쇼윈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투명도를 향상시켰다. 백라이트유닛(BLU)을 사용하는 기존 LCD는 투과율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편광판과 컬러필터 등의 소재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밝은 야외 조명을 광원으로 활용하게 되면 기존 LCD보다 소비 전력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투명 LCD가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 배경은 무엇보다 대형화가 용이하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LCD 업체들은 이미 8세대 대형 양산 라인에서 투명 박막트랜지스터(TFT) 개발 및 투과율 개선 등의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LCD 패널에서 BLU를 제거하고 주변 빛을 광원으로 활용하게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2011’ 전시회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투명 LCD를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특히 냉장고 전면 유리에 46인치 투명 LCD를 적용, 냉장고 안에 있는 다양한 상품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시제품을 공개했다. 또 투명 LCD TV와 창문형 투명 LCD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통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업계 최초로 투명 LCD 양산에 이어 내년에는 대규모 양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제품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 투명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소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종서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올 연말부터 투명 LCD가 규모의 경쟁력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며 “쇼윈도에 이어 창문형 디스플레이로 궁극적으로는 건축 시장까지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LCD 업체들이 TV, 모니터 등 기존 시장의 포화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투명 LCD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LCD와 함께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진영은 바로 AM OLED다. 스마트폰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지난해 19인치 투명 AM OLED 패널을 선보인 후 투과율 개선 및 대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MD가 선보인 투명 AM OLED는 자체 개발한 투명 화소 설계 기술을 적용, 높은 저항 문제를 개선하고 공정도 단순화해 40인치 이상 대형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투명 화소 기술로 투과율을 투명 LCD보다 높였다는 점에서 투명한 특성 구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정진구 SMD 수석연구원은 “30% 이상의 투명도를 유지하면서 대형화를 위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LCD보다 빠른 응답 속도로 잔상 없이 선명하고 빠른 동영상 구현이 가능한 특성도 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AM OLED의 자체 발광하는 특성이 투명 디스플레이 특성 구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밝은 외부 조명 아래에서는 AM OLED의 빛이 분산돼 선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투명 디스플레이를 6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정부 지원과 국내 패널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합쳐지게 되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대형 LCD에 이어 차세대 시장에서도 기술 및 양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는 “투명 디스플레이는 아직 초기 시장으로 어떤 응용 제품을 만들어 내는지에 따라 그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며 “LCD와 AM OLED가 색상과 명암비 등을 더욱 개선해 융·복합형 디스플레이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종서 삼성전자 LCD사업부 수석연구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유명 업체에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기존 LCD 패널의 한정된 고객을 벗어나 다양한 시장에서 투명 LCD를 접목하고자 하는 요구가 많습니다. 내년에는 건축 등 다양한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까지 갖춘 투명 LCD를 만나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종서 삼성전자 LCD사업부 수석연구원은 투명 LCD의 성공을 자신했다. 지난 3월 업계 최초 양산에 이어 SID 전시회에서 선보인 투명 냉장고 등 다양한 시제품에 대한 대내외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시제품으로 만든 투명 냉장고용 콘텐츠를 제작한 업체까지 사업화를 고려할 정도로 투명 LCD에 대한 초기 관심이 뜨겁다”며 “투명 LCD는 선명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저전력 특성까지 갖춘 그린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투명 LCD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것에 대해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미래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저전력 ‘그린(Green) 테크놀로지’면서, ‘끊김 없는(Seamless)’ 소통과 가장 잘 부합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가상 및 증강현실 기술 발전에 가장 중요한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를 통해 개인 단말기는 물론이고 창문을 비롯한 외벽이 디스플레이가 됨으로써,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유비쿼터스) 소통하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수석은 투명 LCD가 더욱 각광받기 위해 투명도와 선명도를 더욱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특히 투명도 개선은 편광판과 박막트랜지스터, 액정, 컬러필터 등 LCD를 구성하는 모든 레이어의 성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패널 전 부분의 투명도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향후 투명 디스플레이가 LCD에 이어 액정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습윤(EWD)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응용 분야를 발굴하는 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더 높은 투명도를 달성하기 위해 LCD 기반의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세대 기술로 가능성이 높은 EWD 기반의 투명 디스플레이 개발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응용 분야를 발굴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마지막으로 “투명 디스플레이는 영화나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제품에서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며 “신규 사업으로 가능성이 커 시장이 조기에 급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서동규 차장(팀장) dkseo@etnews.co.kr, 서한·양종석·윤건일·문보경·이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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