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8일 ‘민주당 도청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자사 기자를 압수 수색한 것에 반발했다. 뚜렷한 증거 없이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과 언론의 의혹 제기로 이뤄진 압수 수색이라고 성토했다. KBS 모독이자 언론 자유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권력기관의 언론 압수 수색은 언론자유 침해로 받아들여진다. 정부에 불리한 기사의 취재원을 캐려는 권력기관과 보호하려는 언론은 늘 대립한다. 실정법으론 권력 기관의 조치가 정당해도 시민은 대개 언론 편을 든다.
KBS 도청의혹 건은 전혀 다른 문제다. 보도 목적도, 취재원 보호 문제도 아니다. 더욱이 그 내용을 민주당 정적에게 통째로 제보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안이다. KBS가 압수 수색을 놓고 언론자유 침해 운운할 대상이 아니다. 떳떳하다면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하고 수사에 협조할 일이지 사건 본질과 관련 없는 것을 끄집어낼 일이 아니다.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 회장이 이끄는 뉴스코프는 계열 영국 신문사인 뉴스오브더월드(NoW)를 10일자 발행을 끝으로 폐간했다. 168년 전통의 신문이다. NoW는 9년 전 실종돼 살해된 죽은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한 것을 발단으로 부도덕한 취재 관행이 드러났다. 물론 뉴스코프가 이 신문을 폐간한 이유가 단지 이 스캔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미디어 전략의 일환이라는 둥, 특정 편집 책임자 보호라는 둥 분석도 다양하다. 어쨌든 신문사 문까지 닫으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KBS는 공영방송사다. NoW는 민간 신문기업이다. 누가 더 책임있는 미디어로 보이는가. KBS가 본질을 회피할수록 논쟁점은 시청료와 공영방송제라는 더 큰 본질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