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바야흐로 제자리를 찾을까. STX와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일대 혈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사 명예는 물론이고 미래가 걸렸다.
STX는 21세기 들어 가장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2000년 쌍용중공업을 사들이더니 이듬해 대동조선을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2년 산단에너지, 2004년 범양상선을 잇따라 인수하며 자산 총액을 33조원대로 불렸다. 재계 14위다. 잠잠하던 STX가 시가총액 15조6000억원짜리 하이닉스를 사겠다고 나섰으니 시장이 다시 요동한다. 사실 STX의 왕성한 식욕은 시장에 적잖은 의문과 불안을 안겼다. 특히 458%에 이르는 그룹 부채비율과 46%에 달한 차입금 의존도 등 ‘인수 능력 부재’ 논란을 불식하는 게 숙제다.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체를 가진 중동 국부펀드를 끌어들이면 하이닉스 기술 유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SK텔레콤도 절절하다.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고 국제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이닉스가 미래와 세계를 향한 도약대라는 얘기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SK그룹 전반의 고민이 인수전에 몰렸다. SK엔 내세울 제조업 없이 내수에 의존하는 그룹이라는 이미지가 늘 따라다닌다. SK텔레텍을 설립해 휴대폰을 만들어 보았고, 지난 2월 시스템반도체업체인 엠텍비전에 출자하기도 했지만 많이 부족하다. SK텔레콤이 거대 제조업체, 그것도 수출을 많이 하는 하이닉스를 사들여 숙원을 이룰지 지켜볼 일이다.
2001년 10월부터 ‘10년째’ 하이닉스를 공동 관리하는 채권단에 STX와 SK텔레콤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경쟁 체제라고 매각 가격에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시장 반응이 가뜩이나 부정적이니 더욱 신중히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