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 세계 LCD 산업을 뿌리째 흔들 ‘블랙홀’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 안정과 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지 업체들의 막무가내식 사업 확대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나 업계 어디서도 LCD 공급 과잉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고, LCD 시장도 통제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 최대 시장을 갖춘 중국이 LCD 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차갑게 식었다.
11일 중국의 대표적인 LCD 업체인 BOE는 올 상반기에만 13억위안(약 2131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30%가 넘는다. 국내 기업들은 이 기간 동안 마이너스 3%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BOE의 실적은 중국 상장기업 중 가장 부진한 수준으로, 패널 가격 약세와 5세대 LCD 라인의 비용 지출 증가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23억위안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BOE의 영업손실은 올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BOE는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근 베이징의 8세대 LCD 라인 가동에 돌입하는 등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허베이에도 추가로 8세대 라인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BOE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2년간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2009년에는 국무원·재정부·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에서 총 6건의 디스플레이 관련 육성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원 정책은 LCD 패널은 물론이고 장비 및 부품소재 육성, 관세 지원 등을 망라한다. 특히 2009년부터 3년간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1000억위안(약 17조원)을 투입하는 등 재정 지원까지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산업화 및 도시화에 적극 나서고 있고, 이 과정에서 고용 안정을 위해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현지 업체들은 국가에서 지원할 때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BOE가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중국 정부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한 중국 업체들이 우리나라 LCD 업체들의 투자액과 맞먹는 정부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부상이 LCD 공급 과잉을 더욱 심화시키고 극단적인 치킨 게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최소한 자국에서 만큼은 LCD 수요를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중국 정부 및 현지 업계의 무리한 투자가 자칫 전 세계 LCD 산업 기반을 뿌리째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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