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통신 커뮤니케이션 시대]격화되는 망중립성 논쟁

 무료 음성통화를 지원하는 ‘모바일VoIP(mVoIP)’ 보급속도가 빨라지면서 망 중립성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특정서비스(트래픽) 자체를 차단하면서 견제에 나섰고,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인터넷기업들은 통신사가 차별적으로 인터넷을 막겠다는 발상은 ‘참여·개방·공유’를 핵심 가치로 하는 인터넷의 존재가치를 훼손한다고 맞선다. 이통사들은 ‘무임승차 불가론’을, mVoIP 진영은 무선인터넷상에서의 ‘망 중립성 보장’을 요구하면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무선인터넷 트래픽 시장 현황=최근 4년 간 국내 인터넷 트래픽은 유선은 4배, 무선은 20배 증가했다. 특히 무선은 무제한요금제가 실시된 2010년 8월 이후 급증하는 상황이다.

 동영상 등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어나는 데다 평상시 가입자의 접속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키프 얼라이브(KEEP-Alive) 트래픽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월평균 891테라바이트, 8월 1095테라바이트였던 국내 무선인터넷 트래픽은 지난해 12월 말 4366테라바이트로 폭증한 상태다.

 ◇이통사 “무임승차 말라”=이통사들은 무료통화 활성화로 핵심사업인 음성통화 매출이 감소하는 것을 우려한다. 특히 조만간 2000만가입자를 돌파하는 카카오톡이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폭발적이라는 경계의 눈초리다.

 특히 이통사들은 3세대는 물론이고 4세대 LTE 등 망 고도화를 위한 시설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무료통화가 효율적인 망 운영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서비스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을 mVoIP로 주목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는 월정액 5만5000원 요금제 가입자에 한해 mVoIP를 허용하고, 4만5000원 요금제 사용자에 대해선 불허하고 있다.

 인터넷기업들이 망 투자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채 이용만 한다면 이통사가 운영하는 망 네트워크 시장이 ‘공유지의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다.

 김효실 KT 상무는 “데이터 폭발의 시대에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의 네트워크 투자 및 사용에 대한 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면서 “mVoIP가 망부하 주범은 아니지만 하나의 요소이며, 특히 주기적으로 접속 여부를 확인하는 얼라이브는 트래픽을 많이 유발한다”고 말했다.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 제공업체 “망 중립성 보장돼야”=인터넷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트래픽은 사업자와 단말기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국장은 “이용자는 통신사에 데이터 요금을 지불한 만큼, 원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음성 데이터는 실제로 망 부하가 그리 많지 않고, 오히려 동영상 다운로드를 많이 하는 일부 이용자들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사가 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무제한요금제를 유도해 놓고 이제와서 다수 이용자의 선택권을 막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기업들은 통신사들이 자사의 음성통화 매출 잠식을 우려해 이 같은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통신사들이 요금제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정책은 무료통화가 허용되는 외국계 mVoIP와의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무료 음성통화가 망 부하를 가져온다는 이통사들이 이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토론과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