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일본 `스마호`의 절치부심

[데스크라인] 일본 `스마호`의 절치부심

‘미국·한국세(勢) 선행, 일본세는 추격.’

 일본의 대표적 산업일간지인 닛케이산업신문이 최근 1면 지면을 일주일 이상 할애한 스마트폰 기획시리즈의 톱 타이틀(제목)이다. 신문은 기획기사에 “스마호(스마트폰의 일본식 별칭) 시장이 이렇게 확대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일본 주요 휴대폰 업체 임원의 솔직한 심정도 담았다. 삼성전자 ‘갸라쿠시S(갤럭시S의 일본발음)’의 일본 진출 사실을 냉정하게 전하면서, 분위기를 자국기업 분발 촉구 쪽으로 몰아갔다.

 해당 기획기사가 게재된 그 주. 같은 닛케이계열의 경제 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전자가 질주를 멈추고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보도했다. 부품 부문에서 돈을 벌어 세트 산업을 키우려 한 수직통합형 사업구조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을 함께 실었다.

 한국 IT산업계의 현주소를 바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의 두 기사. 일본 언론의 국수주의적 성향을 고려할 때, 일본 IT산업계 저변에 움트고 있는 결전의 의지를 독려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감지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 모두 한국 휴대폰의 일본 진출 시점과 맞물려 게재됐다.

 ‘아이폰 쇼크’는 한국과 일본 모두 시차 없이 경험했다. 한국은 쇼크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해 서둘렀을 뿐, 냉정하게 보면 일본이나 우리나 아직은 ‘오십보 백보’다. 아니 우리 스스로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외형만 그럴듯한 한국 스마트폰 산업의 사상누각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사실 일본의 ‘한국 IT배우기’ 열풍은 그들의 ‘혼네(속마음)’가 아니었다. 일본이 지난 20여 년 PC·디지털방송·내비게이션, 그리고 휴대폰 등 분야에서 ‘잘라파고스(재팬+갈라파고스)’의 함정에 빠진 것도 자신들의 기술이 최고라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최근 스마트폰 분야도 마찬가지로 일본에게 ‘한국은 없다.’ 단지 여론 결집력을 키워 논의를 쉽게 풀어나가기 위한 쇼크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닛케이비즈니스의 ‘질주를 멈춘 삼성전자’ 기사는 이젠 그 ‘혼네’마저도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함을 보여준다.

 일본 IT업계가 잘라파고스 교훈을 되새기며, 스마트폰 쇼크 이후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일본 언론은 자국의 대응이 늦었다고 떠들고 있지만, 사실 미국을 저만치 앞서 보낸 지금 한국과 일본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IT강국 코리아’ 겉치레 인사. 우린 결코 아무것도 앞서 있지 않다. 이젠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야 우리 IT산업이 살 수 있다.

 “일본 산업이 강점으로 유지해 온 박형·방수 제조기술, 고성능카메라, 적외선통신 등 기능 확장 노하우를 살려 경쟁력 높은 글로벌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일본 업계의 저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의 ‘전자신문’격인 닛케이산업신문의 지극히 일본언론스러운(?) 선동적 결언이 쉽게 지나쳐지지 않는 것은, 일본과 너무나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에게도 지금이 너무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심규호 국제부 부장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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