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별정통신사업자가 최근 1년 사이 70여개사 이상 문을 닫거나 사업을 접는 등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 통신업체의 기업용 서비스 사업 확대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VoIP(mVoIP) 확대 등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별정통신사업자 경쟁력 제고 노력과 정부 차원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국내 별정 1~4호 통신사업자는 6월 말 현재 640개사로 1년 전 716개사 대비 76개사가 줄어들었다. 별정통신사업자는 지난 2008년(8월) 628개사에서 2009년(5월) 662개사, 2010년(6월) 716개사로 꾸준히 늘다가 지난 1년 사이 감소세로 반전했다.
가장 사업자가 많이 등록된 서울지역 기준으로 보면 1년 전 600개사에서 515개사로 줄어들어 서울 등록사업자만 1년 사이 85개사가 휴·폐업하거나 해당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정통신사업자 제도는 지난 1998년 도입 후 인터넷전화, 국제전화, 인터넷접속 등에서 중소 사업자의 시장 진입 창구로 활용됐으나 최근 1~2년 사이 통신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별정통신사업자 가운데 소규모 사업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전화 사업자는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대형 통신업체의 관련 사업 확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가정용 인터넷전화에 주력하던 이들 회사가 신규 시장 발굴을 위해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저렴한 가격만을 앞세운 별정통신사업자의 기업용 인터넷전화사업은 경쟁력을 잃었다.
자체 교환설비를 갖춘 중견 별정통신사업자는 대응이 가능하지만 연 매출이 5억~10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자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한 mVoIP 등 신서비스 등장도 별정통신사업자에는 위협요인이다. 국내 무선통화는 물론이고 국제전화까지 가능한 앱이 나오면서 국제전화사업자도 어려움을 맞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새로 도입된 별정4호(도매제공의무서비스 재판매·MVNO) 사업자가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틈새형 통신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쟁을 확대해 이용자 편익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당초 별정통신사업자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경쟁환경 변화에 따른 시장 개편과 경쟁력 없는 사업자 퇴장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틈새형 시장 존립 기반 자체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터넷전화사업을 영위하는 별정통신업체 한 임원은 “과거에는 서비스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소형 별정통신사업자의 상품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통신 대기업 가격공세가 심해지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며 “틈새형 시장을 살리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어>별정통신사업자=KT, LG유플러스 등 기간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음성통화·인터넷전화·국제전화·인터넷접속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자체 교환설비 보유 정도와 서비스 유형에 따라 1~4호로 분류된다.
<별정통신사업자 추이>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별정통신사업자 변화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