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독도를 지키는 우리의 자세

 일본의 독도 망언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엔 6월 16일 대한항공이 독도 상공에서 A380 여객기 시험비행한 건을 놓고 딴죽이다. 일본 외무성은 공무원들에게 대한항공 이용을 자제토록 했다. 민간기업을 상대로 외무성이 한 달이나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이라니 ‘참으로 일본스럽다’ 할 밖에.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두고 이런 태도이니 이건 망언 수준을 넘어선 엄연한 도발이다. 일본 야당의원들은 울릉도 공식방문을 추진하겠다며 거들었다. 이럴 땐 단합도 잘되는 일본 정치인들이다.

 지난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도발’에 대해 논의했다. 여기서 독도해양과학기지가 다시 언급됐다. 과학기지 건설은 3월 일본이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의 중학교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하자 정부가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 차원에서 지난 4월 초 내놓은 대책이다. 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열흘 후 정부는 시공사까지 선정하며 속도를 냈다.

 지난주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2013년 완공예정인 과학기지 공사를 내년 말로 앞당기자”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은 내지 못했다. ‘일본의 분쟁지역화 의도가 분명하니 좀 더 고민하자’는 의견이 강했다. 이쯤해서 궁금해진다. 우리 땅에 과학기지를 건설하는데 왜 일본을 배려(?)해야 하는 걸까. 내후년이면 되고, 내년엔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장자 달생편에 ‘목계(木鷄)’ 일화가 있다. 주나라 선왕은 투계 한 마리를 최고 조련사 기성자에게 보냈다. 맡긴지 10일째 되던 날 왕은 기성자에게 물었다.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가” “아닙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해 자신이 최고인줄 압니다. 교만을 떨치지 않으면 투계가 될 수 없습니다.”

 10일이 지나 다시 물었다. “아직 아닙니다. 상대방 소리와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10일 후 다시 물었다. “아닙니다.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이고 조급합니다.” 또 10일이 지나 물었다.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마음의 평정을 찾아 마치 목계와 같습니다. 어느 닭이라도 그 모습만 봐도 도망칠 겁니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줄 알고, 상대에게 자신의 매서운 눈초리를 보여주지 않아도 감히 범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일컬어 ‘목계지덕(木鷄之德)’이라 한다. 우리 정부도 독도 관련해선 ‘목계지덕’을 고수하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의 독도 도발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리 땅에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독도를 한일 공동소유로 하자”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다. 우리 정부를 아직 ‘목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는 독도해양과학기지 완공을 언제까지 미룰텐가. ‘목계’가 되기 위해 수십년째 계속된 묵언수행은 언제쯤 끝낼건가. 이제 진정한 카리스마를 저들에게 보여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