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트래픽 문제가 통신업계의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유무선 통신망이 동맥경화로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 1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연례 간담회에서도 ‘트래픽 폭증’은 통신업계 수장들의 최대 고민거리였다. 오죽하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전년 9000억원보다 올해 두 배 가량 많은 1조7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지만 트래픽 해결은 역부족”이라고 하소연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데이터 트래픽은 최근 드라마틱하게 증가했다. 통신업계 자료에 따르면 국내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지난 1월 5467테라바이트(TB)에서 6월 1만116TB를 기록했다. 불과 6개월 만에 거의 두 배가 껑충 뛰었다. 연말에 통신 3사 무선망이 데이터 용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자칫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해법은, 대략 난감하다. 고민은 깊지만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 당사자인 통신업체는 셈법이 달라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주무부처인 방통위도 묵묵부답이다. 모두 사태의 본질을 애써 외면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기형적으로 성장한데는 일차적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보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 진화에 따른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다.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다. 무제한 가입자는 올해 매월 100만명 이상씩 늘면서 이달 중 1000만명을 돌파한다.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절반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통신업체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부작용도 심각하다. 상위(헤비 유저) 1~2% 가입자가 전체 트래픽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트래픽 불균형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자충수를 둔 셈이다. 결국은 누군가 불균형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업체에서는 방통위에 명분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지만 사실 이는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상품을 개발한 사업주체인 통신사업자가 책임을 지는 게 순리다.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는 누구나 인정하듯 SKT의 최대 히트상품이다. 지난해 8월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만큼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고 트래픽 점유율도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후발사업자가 뒤따라왔지만 SKT는 도의적인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SKT는 전체 시장점유율의 50%를 가진 주도적인 사업자다.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절반이 SKT 고객이다. 당연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시장 효과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무엇보다 1위라는 역할만큼 산업과 시장에 대한 책임도 남다르다.
자칫 무제한 데이터 요금 문제가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 하는 유치한 게임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 물꼬를 터주지 않는다면 해결책은 요원하다. 사태가 길어질수록 망가지는 건 산업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업체가 안아야 한다. 시장의 ‘맏형’격인 SKT의 결단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할 때다.
강병준 부장<정보통신팀장>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