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한국IT의 `불편한 진실`

 개그프로그램 ‘불편한 진실’이 인기다. 어떤 상식을 놓고, 그 상식을 엉뚱한 논리로 반전을 꾀하는 것이 묘미다. 다소 억지스럽게 풀어가지만 시청자 공감은 폭소로 이어진다.

 한국IT 정책에도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 명제는 지난 2009년 9월 2일 ‘제2의 IT시대를 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언이다.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과연 어떨까. 일단 이날 대통령이 IT를 대한민국의 영원한 힘이라고 추켜세웠던 배경부터 끄집어내 ‘불편한 진실’을 이어가보자.

 MB정부 초기, IT인들 사이의 ‘IT=이젠(I) 틀렸다(T)’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만연했다. 당시 모두가 절감했던 만큼, 공감대는 커갔고 정부 부담으로까지 작용했다. 제2 IT선언은 그렇게 나오게 됐고, IT인들은 그 순간만큼은 ‘뭔가 되겠구나.’ 믿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선언은 선언에 머물렀다. IT 홀대 발언이 줄어든 것 외에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더 이상 말을 꺼내기만 어색해져 버린 것이 IT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이다.

 MB정부판 IT 신조어는 이젠 더 이상 회자되지 않는다. 모두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엔 외신을 타고 속속 타전되는 소식들이 자극제가 됐다. 글로벌 IT시장의 변화 속도와 자극이 너무 강렬했다.

 우리 정부가 IT정책 중심을 놓치고 갈팡질팡 하는 사이, 세계 각국은 IT가 경제성장 동력임을 확신했다. ‘립’ 서비스만이 아닌 실질적이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다. 우리에게 그 결과는 뼈저렸다.

 소프트웨어는 물론이고 확고했던 IT인프라마저도 내세울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겨우 하드웨어 일부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나, IT생태계 붕괴로 선도국 지위 확보는 고사하고 중국·인도 등 신흥국 추격 속도에 뒤를 돌아보기도 겁나는 상황이다.

 더 두려운 것은 절실함은 없고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만 되뇌는 우리의 IT정책이다. 남들이 더 큰 치즈창고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동안, 우리 IT정책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았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IT산업이 독자적인 성장모델로서는 생명을 다했다’며 덩치 큰 타 산업 육성 도구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 IT산업을 경제 성장 일등공신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IT산업이 침체된 부동산 경기까지 살리고 있다며 실질적 IT지원책 마련에 부산하다. 중국과 인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세계 경제는 지금 IT에 길을 묻고 있다. 세계 각국은 IT로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정작 IT에서 길을 찾아본 우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경험하고 있다. 정부는 IT홀대 여론을 진정시킨 후에는 방치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IT따위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사실. 끊임없이 환기시키지 않으면 중요성을 망각해 버린다는 사실. IT강국코리아의 ‘불편한 진실이다.’

 

 

 심규호 국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