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대 · 중소기업 상생의 시대가 왔다

[월요논단] 대 · 중소기업 상생의 시대가 왔다

그간 대기업은 정부의 특혜와 국민의 인내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아랫목을 덥히면 윗목도 따뜻해진다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아랫목의 온기는 전달되지 않았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양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 월급 빼곤 다 올랐다”는 농담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의 삶은 곤궁해졌다. 우리나라 기업체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일을 해도 적자를 내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10대 상장기업 계열사가 2010년 곳간에 쌓아 놓은 유보금은 316조4000억원으로 정부 1년 예산보다도 많다. 이들의 자산 규모는 국민 총소득의 75%에 달한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은 60%가 넘는 당기 순이익 증가율을 보이는 기염을 토했으나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더욱 더 큰 고통의 터널을 지나와야 했고 그 고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더 이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을 방치했다가는 국민경제가 조각날 것이다.

 대기업의 비상식적인 경영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납품단가 후려치기는 고질적인 문제다. 최근 12억원 매출의 자동차 부품 협력사가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를 무리하게 내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미 외국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14% 더 내리라는 요구다. 결국 그 업체는 문을 닫고 파산신청 중이다.

 기술인력 탈취도 매우 심각하다. 모 재벌 그룹의 ‘특허분쟁 전략 세미나’ 자료를 보면 대기업이 어떻게 기술을 탈취하는지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자료에는 “시간 끌기 작전으로 몰고 가면 중도 포기하거나 헐값에 기술을 넘긴다. 우리 특허가 미약해도 상대방 특허를 분석해서 못 쓰게 만들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업(MRO)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는 편법 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된다. 총수들의 일가족, 어린 자녀들이 MRO 회사를 세운 뒤 그룹 차원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한다. 결국 총수 자녀들은 순식간에 수십억 매출 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골목상권에서도 대기업은 지네발식 경영을 하고 있다. 문구·두부·떡볶이·공부방·피자·빵·커피·세탁 등 대기업의 시장 싹쓸이 전략은 서민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장인정신을 보여줬던 전통주 업체의 모델인 참살이 탁주는 드라마에서와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결국 대기업에 넘어갔다. 중소 양조장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어졌다. 그러니 대기업 계열사 수가 2006년 1월 500개에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2011년 1087개까지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한 상황에 이른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 고환율, 저금리,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재벌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는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상생 공청회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 국회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청문회를 계획 중이다. 실효성을 갖추고 실제 중소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향적인 정책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바로 상생 청문회다.

 랑케는 ‘모든 시대는 신에 이어진다’는 말을 했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떤 시대에는 민족 독립의 신이, 또 어떤 시대에는 조국 근대화의 신이, 그 이후에는 민주화의 신이 있었다면, 지금 이 시대에는 대·중소기업 상생의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 digitalm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