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는 강했다.
D램 가격 하락이 지속된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2분기 흑자기조를 유지했다. 글로벌 경쟁업체인 대만 기업은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 적자폭을 키웠다. 세계 3위 D램 업체인 일본 엘피다도 작년에 비해 매출과 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일본과 대만 기업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엘피다는 8일 실적 발표에서 올 1분기(4월 1일~6월 30일) 매출 11억6400만달러, 영업 적자는 4600만달러라고 밝혔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9%가 늘었으나 작년 대비 45.7%가 하락했다. 마이너스 6%를 기록한 전 분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4%로 소폭 개선됐으나 적자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대만 기업들 실적도 하락세로 마무리됐다. 대만 D램 대표기업인 난야와 이노테라는 2분기 매출이 작년 대비 최대 40%까지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각각 마이너스 56.9%, 마이너스 34.3%를 기록했다. 6분기 연속 적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작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으나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사업부 매출이 9조1600억원(메모리 반도체 5조8900억원), 영업이익 1조7900억원을 기록했다. 하이닉스는 이 기간 동안 매출 2조7580억원, 영업이익 447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부문과 하이닉스 2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2%, 16% 감소했다. 엘피다 매출 감소폭이 45.7%, 대만 기업들이 40%대에 육박한 것과 비교할 때 세 배 수준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두 자릿수를 유지한 반면에 엘피다와 대만 기업들은 적자폭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엘피다 실적이 공개되자 감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엘피다 기시타 이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과 같은 시황이 지속되면 감산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PC용 D램 가격이 제조원가까지 하락한 만큼 엘피다의 감산은 시기 문제라는 시각이다. 관련 업계는 D램 가격이 반등할 때까지 한시적 감산에 들어가고 3분기 20% 감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엘피다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도 감산 대열에 합류가 확실시되고 있다. 엘피다가 투자한 대만 D램 반도체 기업은 파워칩과 넥스칩이다. 파워칩은 지난 1, 2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39%, 마이너스 34% 등으로 하락했다.
업계 전문가는 “엘피다가 자체 실적 개선을 위해 대만 투자 기업에 적자를 상당 부분 전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엘피다가 감산에 들어갈 경우 대만 투자 기업들은 더 큰 폭의 감산으로 이어지게 되며 최근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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