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IT서비스 기업, 이제는 경쟁체제로

 세계 IT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아마 IBM일듯 싶다. 지난해 999억달러(110조원)의 매출을 올린 IBM은 세계 각국에서 43만명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해 155조원 매출을 기록해 세계 1위 IT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가 국내외에 20여만명에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고용창출측면에서는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IBM의 역사는 100여년이 넘었다. IBM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이 1924년이니 90년에 육박한다. IBM은 우리에게 메인프레임, 서버, SW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매출의 55% 이상을 IT서비스에서 달성한다. 고용 인력도 IT서비스의 비중이 가장 높다. IBM이 존경받는 이유 중 하나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IT서비스 기업인 위프로, 타타컨설팅서비스, 인포시스 역시 질 좋은 대규모 고용 창출로 존경받고 있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도 고용 창출 측면에서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직원수가 1만명을 돌파했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전자, 삼성전기 다음이다. 매출액을 비교하면 매출당 고용창출력은 삼성 계열사 중에서는 최고다.

 그러나 국내에서 IT서비스 기업들에 대한 인식은 사뭇 다르다. 중소 SW 기업들의 몫을 뺏어가 SW산업 생태계를 망가트리는 주범으로 몰아붙인다. 최근에는 내부자 거래를 통해 이익을 쌓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IT서비스 기업들이 그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IT서비스 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고 대부분의 IT 물량이 경쟁없이 계열 IT서비스 기업에게 할당되는 게 사실이다. IBM, 액센츄어, 인포시스 등 IT서비스 기업들이 세계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신세다.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은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국내 IT서비스 기업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하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치되 세계적인 기업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의 논의가 채찍질에만 그치면 더욱 왜곡된 시장을 낳을 수도 있다.

 IT서비스기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그룹도 이번 기회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자사 물량을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보다 경쟁을 붙여 더 실력있는 기업에게 맡기기를 기대한다. 실력 있는 IT서비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고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IT서비스는 앞으로 질 좋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산업이다. 미래를 감안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부품산업부=유형준 부장 hjy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