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코리아]코리안 연대 필요하다

 세계 IT산업이 급변하는 가운데 ‘IT 코리아’ 위상을 높이고 애플을 능가하는 기업과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대기업 간 협력이 절실하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대기업은 대·중소기업 상생과 한국 IT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해 원천기술 공동개발, 국제 표준화 협력, 지식재산권 공동 활용, 원자재·부품 공동 구매 등을 논의해 왔다. 최근 대중소 동반성장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대기업 간 상생 협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선두기업인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핵심기술 유출, 제품·서비스 차별화 등을 이유로 대기업 간 협력에 인색하다. 실력 있는 중소기업 육성과 한국 IT산업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자사만의 제품·서비스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지거나 핵심 기술정보·운영 노하우가 유출되는 환경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IT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의 성장은 국내 대기업 간 협력 필요성을 반증한다. 애플에 삼성·LG·하이닉스는 견제 대상이자 협력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하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비롯한 하드웨어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 중인 대만과 협력 비중을 높이면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까지 악영향을 받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애플은 반도체를 시작으로 한국기업 견제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간 협력은 애플 견제를 넘어 스마트TV 등 새로운 융합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주요 산업에서 상당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들이 새로운 시장과 기술에 대한 표준을 주도하고 지재권을 공동 활용한다면 세계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특정 대기업에 줄 세우기보다는 부품 공동구매와 공동 기술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글로벌 다크호스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산업으로 육성할만한 핵심 기초 원천기술은 정부와 힘을 합쳐 대기업들이 공동 개발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