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칼럼] `카카오`와 `티몬`

 요즘 잘 나가는 벤처기업은 ‘카카오’와 ‘티켓몬스터’(티몬)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티몬은 소셜커머스 선두업체다. 두 회사는 이달 국내외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거나 팔렸다. 분야와 사업 모델은 전혀 다르나 두 회사의 공통점이 많다. 2011년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벤처 산업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먼저 속도다.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한 게 1년여 전이다. 그런데도 NHN 못지 않게 유명 회사가 됐다. 그 사이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ICT 제품처럼 이젠 기업과 산업도 생애주기(라이프 사이클)가 빨라지는가 보다.

 두 회사는 ‘디지털 경제엔 역시 시장 선점이 답’임을 확인시켰다. 이른바 ‘깃발 꽂기’다. 선점으로 인한 지배력이 꽤 오래 간다. 초기 네댓 개에 불과했던 소셜커머스 업체는 1년 만에 수백 개에 이른다. 경쟁이 심해도 티몬이 선두를 지키는 이유가 바로 선점이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도 신규 참여 기업이 다음과 네이트와 같은 포털에 삼성전자까지 뛰어들었다. 그런데도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의 지배력은 굳건하다.

 초기부터 벤처 투자자와 긴밀히 연계한 점도 닮았다. 카카오는 최근 매버릭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DCM, 싸이버에이전트 등 5개 업체의 투자를 받았다. 이 가운데 셋이 벤처투자자다. 티몬은 창업주가 인사이트벤처파트너스와 스톤브릿지캐피탈과 같은 투자자를 초기부터 끌어들였다.

 요즘 벤처 투자가 이렇다. 투자자들은 될 성부른 기업의 설립부터 관여해 키우며 추가 투자를 받는다. 이후 상장하거나 매각한다. 어느 정도 큰 이후에 투자를 받고, 창업주는 일정 지분을 보유하는 기존 벤처 공식과 사뭇 다르다. 카카오와 티몬의 성공은 어떻게 보면 전략적 투자자들의 작품이다. 두 회사는 언뜻 벤처기업보다 벤처캐피털에 가깝게 보인다.

 투자자들이 개입하다보니 인수합병(M&A)에 거부감도 없다. 티몬 창업주와 벤처투자자들은 리빙소셜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이를 두고 이른바 ‘먹튀’ 비판도 있다. 그런데 벤처라는 게 원래 이런 것이다. 창업가가 계속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이른바 ‘사업가’ 모델이 강한 우리 벤처 문화로 인해 생긴 오해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벤처의 원형을 향해 간다.

 카카오와 티몬은 매우 글로벌하다. 투자 유치도, 사업모델도 그렇다. 카카오 신규 투자자 중 매버릭, DCM, 싸이버에이전트는 미국과 일본 기업이다. 티몬을 인수한 리빙소셜도, 지분을 판 인사이트벤처는 미국 기업이다. 카카오는 투자 유치 전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기업이다. 시작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기개가 놀랍고도 반갑다.

 두 회사가 벤처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지만 아쉬운 것도 많다. 두 회사 모두 외국 사업 모델과 기술을 따왔다. 소셜커머스는 미국 기업들이 원조다. 모바일 메신저도 블랙베리나 실리콘밸리의 와츠업(WhatsApp)이 사실상 원조다.

 기술혁신보다 마케팅이 돋보이는 점도 아쉽다. 티몬은 아예 사업 모델 자체가 홍보 마케팅이다. SNS이라는데 사용자생산콘텐츠(UCC)도 없다. 카카오는 친구추천과 같은 새 기술을 개발했지만 외국 기술 변형을 벗어나지 못한다. 두 회사는 기술 혁신보다 SNS과 모바일이라는 투자받기에 용이한 아이템으로 성공한 셈이다.

 기술 혁신은 우리 ICT 벤처 산업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무수하게 많이 세계 첫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인터넷전화의 다이얼패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싸이월드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와 티몬의 성공을 보면 “‘그 영광의 시절’이 이젠 끝났나” 하는 탄식이 흘러 나온다. “한국 기술을 모아 성공했다”는 팀 쿡 새 애플CEO의 발언은 가뜩이나 쓰린 속을 후벼 판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