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정보통신기술인에 정치를 許하라

 생각보다 빨리 왔다. 일러야 올 연말이고, 내년에 활발할 것으로 봤다. 정보통신기술(ICT)인의 정치 참여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그 시점을 확 앞당겼다.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미 시위는 당겨졌다.

 직접 뛰어들겠다는 이들은 내년 총선을 노린다. 이달 중순 KT를 떠나 총선에 재도전하는 석호익 전 정보통신부 차관의 경우다. ‘여의도’보다 ‘세종로’가 좋은 이들은 대선 캠프에 합류한다. 이미 몇몇이 여야 유력 대선주자 진영에 발을 걸쳤다.

 ICT인의 정치 참여가 많아지리라는 예상은 지난 대선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엔 ICT인들이 거의 없었다. 전통 산업인이 한복판에 있었다. 그 결과가 어찌 됐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여야 대선주자 모두 똑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 각을 세웠다. 현 정권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ICT 홀대’ 이미지를 심었다. 대선주자 모두 ICT 정책 강화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차별화 포인트일 수밖에 없다.

 ICT인의 정치 참여는 관료 출신만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겠다는 산업계 인사가 많다. 문용식 전 나우콤 대표가 그 징후다. 그는 지난 5월 민주당에 입당, 유비쿼터스위원장으로 활약한다. 민주당은 그의 효과를 지난 4·27 재보선에서 확인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였다.

 사실 ICT는 정치인에게 별 도움이 안 됐다. 지역구 정치에서 경력 자랑엔 몰라도 표를 얻는 데 거의 쓸모없다. 총선에선 ICT보다 여전히 재개발과 같은 토목 이슈가 통한다. 이젠 다르다. ICT가 정치 생명줄을 쥐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SNS가 이미 정치판을 움직이는 세상이다. 승자를 만들지 못해도 패자를 만들 수 있다.

 “ICT인 정치 참여가 안철수 원장과 같은 경우를 뜻하냐”는 물음이 있다. 아니다. 전제가 그릇됐다. 안 원장은 사실 대중 정치인에 더 가깝다. 오래 전 업계를 떠난 것은 둘째 치고, 최근 행보가 그렇다. 그 많은 대중 강의를 폭발적으로 해냈다. 흡입력이 강렬했다. 이른바 ‘엄친아’임에도 ‘88만원 세대’는 물론이고 ‘486’까지 마음을 꿰뚫고 움직였다. 민심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방식대로 풀어냈다. 심지어 불출마 선언까지…. 바로 대중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가. 경쟁자를 압도하는 지지율에 단순 인기만이 아닌, 그의 정치적 파괴력이 숨었다.

 ICT인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ICT 속성 자체다. 투명함이다. 새로 개방과 공유가 추가됐다. 사회 관계망이 접목돼 평판까지 중요해졌다. 밀실이 사라지고, 평평해지고, 나눠야 먹을 떡이 더 커지는 요즘 세상에 딱 맞는 덕목들이다. ICT인 모두 이런 덕목을 갖춘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분야 사람들보다 이를 기본 소양으로 더 여기는 건 확실하다.

 ICT인들이 그 속성상 ‘숲’보다 ‘나무’만 본다는 비판을 받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ICT인이 달라졌다. 저변도 넓어졌다. ICT인은 이 분야 종사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열린 마음과 합리적 시각으로 인터넷, 모바일, SNS를 통해 다른 세상과 적극 소통하는 이들도 ICT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합리적 보수’나 ‘강남 좌파’는 정치 지향점에 따른 꼬리표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일방통행식 ‘닫힌 사회’에서 이제 수평적인 ‘열린 사회’를 향했다. 언뜻 무질서해 보여도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그런 사회다. 그래서 ICT인이 할 일은 더 많아져야 한다. 정치처럼 많은 사람이 혐오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열린 사회’를 더 빨리 오게 하는 것, ICT인 정치 참여의 진정한 의미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