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테크노크라트가 필요하다

 지난달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발표에 온나라가 들썩였다.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을 장악한 공룡기업이 휴대폰 회사를 인수하는 것 자체가 빅뉴스였다. 안드로이드 확산 1등공신인 삼성전자가 조만간 구글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 뉴스의 중심엔 소프트웨어(SW)가 있다.

 뉴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미국, 유럽, 일본의 반응보다 더 뜨거웠다. 우리는 이를 위기로 해석했다.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의 향배가 걸린 데다 이미 애플 아이폰 돌풍을 바라보면서 SW 파워 필요성을 절감한 데 따른 학습효과다.

 지식경제부는 웹OS 육성론을 들고 나왔다. SW가 뒷받침이 안 된 HW 넘버원은 한계수명이 짧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도 그럴 게 2010년 기준 세계 SW시장 규모는 1조163억달러로, 전 산업을 통틀어 최대 규모다. 반도체의 3.3배, 휴대폰의 5.6배, LCD의 11.8배에 달한다.

 SW 중요성은 설명이 필요 없다. 수치가 증명한다. 역대 정부가 입버릇처럼 SW를 육성하겠다 공언한 이유다.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SW산업 환경이 더 나빠졌다고 아우성이니 아이러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유를 업계나 학계에서 찾기는 궁색하다. 기업경영에 사활을 거는 SW 중소기업의 책임일까. 그럼 대기업이나 대학의 책임일까. 수십 년간 수조원을 쏟아 붓고도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한 정부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SW산업 특성상 조바심은 금물이다. 길게는 10년, 20년 후를 보면서 SW 싹이 돋게 하고, 훗날 거목으로 클 수 있도록 땅을 일궈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하지만 정부 인사체계는 실무 공직자들에게 그 기회를 허용치 않는다.

 현 정부들어 SW진흥·산업·정책·융합 등의 명목으로 투입된 과장급 공무원 임기는 최장이 1년이다. 6개월 만에 바뀐 사례도 있다. 지식경제부 안엔 SW관련 과가 2개 있다. 3년 6개월 사이 과별로 평균 4회씩 담당과장이 바뀌었다. 그들의 평균 임기는 10.5개월이다. 새로 부임해 업무를 파악할 즈음이면 다른 자리로 옮겨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는 과거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SW관련 협회장과 업계 경영자, 교수들은 불려 다니며 산업동향을 설명하기에 바쁘다. 연례행사이니 이젠 이골이 났다. 기술적 전문 지식을 보유한 행정관료 즉, 테크노크라트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SW산업을 키울 욕심과 의지가 분명하다면 당장 SW 담당 과를 테크노크라트 집단으로 만들자. 장기근무 여건 보장은 기본이다. 해외 성공사례 연수기회와 승진 가점, 정책 실명제를 통한 성과 극대화 유도, 성과에 걸맞은 파격적인 보상 등으로 지원자가 넘쳐나게 하자. 중국과 인도가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 없다. 남탓하며 허비할 시간은 우리에게 없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고쳐 나가자.

 최정훈 정보산업부장 jh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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