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혁신 기업의 진짜 경쟁력

[데스크라인] 혁신 기업의 진짜 경쟁력

 지난 5일부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미국을 다녀왔다.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있는 워싱턴DC를 시작으로 IT기업이 밀집한 샌프란시스코까지 동부와 서부를 오가는 일정이었다. 출장지로만 보면 미국 대륙을 한 바퀴 돈 셈이다. 방문한 기업도 구글·이베이·마이크로소프트·드림웍스·월트디즈니 등 10여개가 넘었다.

 출장 목적은 단순했다. 위원장 스스로도 ‘학습 출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글로벌 IT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진면목을 배우자는 취지였다. 정보기술과 통신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근접한 우리나라가 채우지 못한 나머지 ‘1%’를 얻기 위함이었다. ‘혁신(innovation)’과 ‘창의(creative)’을 입에 달고 사는 글로벌 기업의 성공 비결을 알기는 사실 일주일 ‘주마간산 출장’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첫째는 인재의 개방성이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미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무대는 세계 시장이었다. 인재를 뽑는 데 국경은 없었다. 단일 연구소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벨 랩(Bell Lab)은 미국을 뺀 다른 나라 출신이 절반을 넘었다. 김종훈 벨 랩 사장은 “설립 때부터 각 나라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게 원칙처럼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근무 환경이었다. 부러울 정도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방문한 대부분 기업의 업무 공간은 일하는 사무실인지, 학교 캠퍼스인지 분간이 힘들 정도로 쾌적했다. 일단 회사에 오면 업무 이외에는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모든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비좁은 방에 칸막이가 있는 사무실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 번째는 자유로움이었다. 쾌적한 일터에서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해 보라는 분위기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최고의 생산성과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쿵푸팬더2’ 감독으로 유명한 드림웍스 여인영(데이비드 하일) 감독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카젠버그 드림웍스 CEO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라, 히트작을 만들어라”는 투의 의례적인 주문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돈에 대해서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 무한정 지원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여 감독은 단지 “지금 하는 작품이 독특한지(unique), 세계적으로 공감을 가질 수 있는 스토리인지(global),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작품인지만(new) 따졌다”고 말했다. 여 감독은 쿵푸팬더 제작을 총 지휘했지만 아직도 제작비가 얼마가 들었는지조차 모른다고 덧붙였다. 영화 자체에만 집중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이 뿜어내는 열정이었다. 사실 우수한 인재가 부러울 것 없는 업무 환경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무한한 열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열정은 몰입으로 이어지고 몰입할수록 창의성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다. 미국 출장에서 얻은 값진 성과는 하나다. 혁신은 사람의 마음을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 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강병준 정보통신팀 부장 bjkang@etnews.com